2025년 12월 24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곽진상 주교 임명] AI 시대에 교회 역할 연구한 신학자이자 따뜻한 사목자

수원교구 곽진상 주교 임명자 삶과 신앙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인계초등학교 6학년 시절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앞줄 테니스 채를 든 학생이 곽진상 주교임명자.


신심 깊은 집안의 막내

곽진상 주교임명자는 1964년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고, 1967년 유아세례를 받았다. 할아버지가 수원교구 북수동본당 지동공소 시절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뼈대 깊은 신앙 가족이었다. 곽 주교임명자 역시 독실한 어머니 김종례(프란치스카, 1992년 선종) 여사의 신앙을 그대로 이어받아 어릴 때부터 복사활동과 주일학교 활동에 참여하면서 신앙을 키웠다.

큰형 곽춘상(바오로, 71)씨는 “무엇보다 본당 공동체에서 신앙생활과 활동을 매우 성실히 했다”며 “막내는 주일학교, 복사단 활동 등을 꾸준히 하며 성장했고, 대인관계도 원만했다”고 전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그는 공부와 운동 모두에서 재능을 보였다. 가족 모두가 “막내는 사고 한 번 안 치고 공부와 신앙에 늘 가장 성실했던 아이”로 기억한다. 국민(초등)학생 시절 학교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며 수원시 주최 대회에 출전해 상을 받고, 특기생으로 중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운동에도 능했다. 그러나 장학금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미련없이 운동을 접고 공부에 전념했다.

곽 주교임명자에게 사제의 길을 처음 제안한 이는 어머니였다. 곽 주교임명자는 인터뷰에서 “고1~2학년 때쯤 지동본당 학생회 지도 선생님께서 ‘사제가 되면 어떻겠느냐’고 하신 적 있는데, 그땐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고3 시절 어머니께서 사제가 되는 것을 얘기하시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고, 그때 성소를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1983년 가톨릭대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하느님 부르심을 따르게 됐다.

막내아들이 사제가 되길 간절히 바랐던 어머니는 곽 주교임명자가 부제품을 받았던 1992년 새벽 미사에 가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막내아들은 1993년 2월 사제가 된 후 곧장 부모님 묘소를 찾아 첫 미사를 봉헌했다. 곽춘상씨는 “그 일 이후 동생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늘 크게 자리했을 것”이라며 “그래선지 어른들을 더 각별히 공경했고, 어딜 가든 어르신들에게 그렇게 잘했다”고 했다.

 
진상 주교임명자가 1993년 2월 지동본당에서 수품 후 사제로서 첫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시대 변화와 교회 역할 연구해온 신학자

곽 주교임명자는 1993년 사제품을 받은 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생활만 10년. 그리고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이자 총장으로 후학 양성에 힘쓴 기간만 16년이 넘는다. 연구에 매진하는 집중력과 추진력, 주변을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동료 교수진은 물론, 후배 사제와 신학생들의 따뜻한 형님 같은 사제로 지냈다.

특히 수원가톨릭대 총장 및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으로 재임하면서 매년 교회를 위한 중요 주제를 다룬 굵직한 학술발표회를 개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다수의 신학 역서와 관련 서적을 펴냈다. ‘앙리 드 뤼박의 초자연 신학과 은총에 대한 비판적 이해’ 등 연구 논문과 ‘그리스도교 인간 이해’ ‘그리스도교 신비 사상과 인간’ 등 많은 저서와 번역서를 냈다. 최근 10여 년 동안은 AI 등 새로운 시대의 교회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과거와 오늘을 잇는, 시대에 맞는 신앙과 신학·철학을 연구해온 신학자이자, 수많은 사제의 은사 역할을 해왔다. 2018년 ‘제4차 산업혁명과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는 국내 신학대 가운데 최초로 기술공학 전문가와 신학, 철학 전문가 10여 명이 1년 반 동안 참여한 학제 간 공동연구였다.

이듬해인 2019년 수원가톨릭대는 학술발표회에서 나온 내용을 묶어 「4차 산업혁명과 신학의 만남」을 출간했고, 2025년 1월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와 교수 사제들과 함께 번역 출간한 「인공지능과 만남 : 윤리적 인간학적 탐구」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가톨릭교회와 종교의 역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내놓은 역서다.

이에 앞서 2017년 심상태 몬시뇰 등 교수진과 가톨릭교회 공식 가르침을 집대성한 1728쪽에 달하는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 한국어판 번역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또 20세기 신학자 앙리 드 뤼박(Henri de Lubac, 1896~1991) 추기경의 통찰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연구한 신학자로, 한창 본당 사목 중인 올 초에도 추기경의 진리 탐구를 모은 「역설들」을 번역 출간하며 2000년 역사에 흐르는 교회의 깊은 진리와 신앙의 가치를 통찰하 연구에 매진했다.



지동본당 출신 두 번째 주교

곽 주교임명자는 수원교구 지동본당 출신 두 번째 주교다. 첫 번째 주교는 현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다. 곽 주교의 임명으로 이 본당에서만 두 번째 교구 주교 탄생의 역사를 쓰게 됐다.

지동본당은 본당 출신 주교·사제만 17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성직자를 배출한 본당 공동체다. 두 주교 외에도 유주성(성라자로마을 원장)·유승우(사회복음화국장)·노희철(해외선교)·백윤현(영통영덕본당 주임) 신부 등이 있다.

 
1997년 4월 김건태 신부의 박사 학위 마지막 과정 때 프랑스 파리에서 동창들과 함께한 곽진상(가운데) 주교임명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
본인 제공

2018년 수원 가톨릭대 총장 취임식 당시.


한국 주교단의 산실 파리가톨릭대학교

곽 주교임명자가 석·박사 학위를 받은 파리가톨릭대학교도 주목받고 있다. 파리가톨릭대학교는 여러 명의 한국 주교를 배출한 신앙의 산실이기도 하다. 1875년 소르본대학 학자와 파리대교구 사제들이 수도원에 세운 대학이 현재의 파리가톨릭대학으로 신학, 특히 교리교수 분야로 유명하다.

대구대교구장을 지낸 고 이문희 대주교는 1957년 대학 졸업 후 사제가 되기 위해 유학길에 올라 리옹신학대학과 파리가톨릭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고, 전주교구장을 지낸 이병호 주교는 1982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2002년 교리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조직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도 교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곽 주교임명자는 파리가톨릭대 유학 시절 ‘사제생활의 멘토’ 앙리-제롬 가제(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오베르뉴 신학연구소장) 신부와의 만남을 “제가 신학자와 실천적 사목자로서의 삶을 병행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그는 “유학 시절 가제 신부님은 학문과 실천적 삶 사이에서 고민하던 제게 공부를 끝까지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면서 “연구하고 공부한 신학을 실천으로 꽃피우길 바라는 그분의 간절한 마음이 지금까지도 제가 학자적 삶을 살면서 동시에 실천적 사목자로 살고자 하는 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곽 주교임명자는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정신철 주교님께서 ‘기쁨의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며 함께 일하며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해 주셨다”면서 “이성효 주교님도 ‘용기를 내어라’라고 말씀해주고 기도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2-2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2. 24

시편 119장 147절
새벽부터 일어나 도움을 청하며 당신 말씀에 희망을 둡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