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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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엄마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김성범 에지디오(아동문학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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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입니다.” 전화를 받았다. “영성 이야기를 연재해 줄 수 있을까요?” 쉽게 대답할 순 없었다. 난 간헐적 신자인 까닭이다. 전화를 받았을 때, 마침 각시가 함께 있었다. 가브리엘라 각시는 주중 미사까지 열심히 나가는 열혈 신자였기에,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반발심이 불쑥! 써볼게요, 용기를 내어버렸다. 내 결정과 동시에 각시는 걱정을 시작했다. 자기가 영성을 알아? 부끄러워서 어떡해. 사실 나도 걱정이 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다독였다. 이번에도 하느님께서 나에게 시키고 싶은 일이 있으셨던 모양이지.

나에게 전화가 온 건 2025년 초 ‘천주의 아이들’이란 청소년 소설과 ‘옹기에 그린 십자가’란 그림책을 발간하면서 신문사에서 관심을 주었다. 성가도 지어서 노래했고, 활짝 웃는 예수님 상을 만들어 우리 집 마당에 모셨다. 정해박해 이야기로 인형극본을 써두었기에 새해에는 무대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의 자랑스러운 무용담, 곡성성당에 모셔져 있는 김대건 상의 오른손은 내 손이다. 어느 날 태풍에 김대건 신부상이 쓰러져버려 오른손이 파손되어 버렸는데, 마침 내 손과 같은 크기였던 까닭에 난 내 손의 모형을 떠 김대건 신부님 오른손으로 붙여드렸다. 그 뒤로 혹시 김대건 신부님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아낌없이 내 오른손을 내어드린다. 이처럼 하느님은 나에게 할 일을 주셨고, 이번 연재도 하느님 뜻이라고 믿는다. 내 글이 첫 번째로 연재되는 날은 2026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다. 아, 성모님!

2024년 10월 6일, 천진암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생적으로 천주교가 뿌리내린 성스러운 장소다. 강학회가 열렸던 곳이며 강학회를 주도하였던 이벽·이승훈·권일신·권철신·정약종을 모신 곳으로, 탈고하고 있던 곡성의 정해박해 소설의 한 장면이었기에 문을 닫은 시간이었음에도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덕분에 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다섯 분을 만나뵙고, 인사드리니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우물터에서 물도 한잔 마시고 관광객의 모습으로 멀리서 보았던 거대한 성모상 쪽으로 갔다. 성모성당 앞에 모셔진 성모상은 왕관을 쓴 파티마의 성모상이었다. 하, 성모님! 울컥 목울대로 울음이 올라왔다. 며칠 전 꿈속에서 보았던 장소, 꿈에서는 하얀 옷을 입은 커다란 엄마가 왕관을 쓰고 누워계셨다. 난 엄마의 둘레를 두 손 모아 돌고 돌았다. 신 내림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선 이게 무슨 일? 내가 신 내림을 받는다고? 너무나 어이없고 터무니없는 꿈이었던 까닭에 며칠 동안 잊히지도 않아 가슴에 품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성모성당 앞 파티마 성모님이 내 꿈 속에서 보았던 장소였고 엄마였다. 성모상 앞에는 예수님 고상이 누워있었다. 난 얼마 동안이나 고상 앞에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나도 이렇게 아픈데, 엄마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김성범(에지디오) 아동문학가·작곡가

제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아동문학 평론’ 동시 부문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는 「천주의 아이들」, 「옹기에 그린 십자가」, 「숨 쉬는 책, 무익조」 등 50여 권과 창작 동요 음반 16집이 있다. 그림책 「책이 꼼지락 꼼지락」은 2013, 2017년 개정 초등국어에 실렸고, 동요 그림책 「숲으로 가자!」는 2024년 개정 초등교과서 「자연」(2-1)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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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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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50장 14절
하느님에게 찬양 제물을 바치고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 네 서원을 채워 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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