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곽진상 주교 임명] ‘먼저 교회가’ ‘먼저 사제가’ 신자들에게 다가가겠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곽진상 주교임명자가 12월 20일 주교 임명 발표 후 수원교구 서판교성당으로 들어오며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수원교구 새 보좌 주교 임명 발표

“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지극히 공경하올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오늘 저녁 8시, 로마 시각으로 낮 12시에 수원교구 서판교본당 주임이신 곽진상 제르마노 신부님을 수원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12월 20일 오후 8시 수원교구 서판교성당. 미사 끝 무렵에 성당을 찾은 수원교구 사무처장 윤재익 신부가 본당 주임 곽진상 신부의 주교 임명 소식을 공식 발표하자, 신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졌다.

본당 신자들은 “우리 신부님이 주교님 되시는 거야?” 하고 웅성거리는 한편, 주교 임명으로 주임 신부를 곧 떠나보내야 한다는 소식에 아쉬움의 탄식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자들은 이젠 본당 주임 신부가 아닌, 곧 주교품을 받게 될 곽 주교임명자에게 연신 손을 내밀며 축하를 전했다.

 
곽진상 주교 임명자가 20일 수원교구 서판교성당에서 열린 주교 임명 발표 후 교구 총대리 문희종 주교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수원교구 서판교본당 신자들이 12월 20일 성당에서 곽진상 주교 임명자의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손뼉을 치며 환호하고 있다.


신자들, 아쉬움과 기쁨 교차

곽 주교임명자는 이날 발표와 축하를 위해 찾은 교구 총대리 문희종 주교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문 주교는 수원교구의 동료 주교이자, 한국 교회 주교단의 새 일원이 된 곽 주교임명자를 악수로 따뜻하게 맞았다. 저녁 미사에 참여하러 왔다가 주교 임명 소식을 접하게 된 신자들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이별의 감정이 교차했다. 2년 반 동안 본당 공동체 신앙에 힘을 더해주고, 미사 때마다 강론을 통해 정성스럽게 신앙의 가치를 전하며 함께 걸어온 ‘우리 신부님’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미사 후 신자들은 줄지어 한참이나 곽 주교임명자와 인사를 나눴다. 신자들은 “정말 축하드립니다” “벌써 그리울 것 같습니다”라며 축하와 아쉬움을 내비쳤고, 몇몇 신자는 눈물을 훔쳤다. 곽 주교임명자는 어르신에겐 허리 굽혀 눈을 맞춰 인사를 전하고, 청소년들에겐 살가운 인사와 안수를 해줬다.

서판교본당 조성근(베드로) 총회장은 “제5대 주임 신부로 2년 6개월 동안 언제나 깊이 있는 강론과 따뜻한 사목으로 신자들의 신앙 성장을 도와주신 주교님께 감사드린다”며 “주님께서 새 사명으로 부르신 이 길 위에서 성령의 은총이 늘 함께해 수원교구와 한국 교회를 위해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본당 교우들의 마음을 모아 함께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수원가톨릭대에서 오랜 기간 함께한 한민택(수원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수원교구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추진력은 물론, 신학과 사목을 바라보는 혜안이 출중하신 분께서 주교님이 되셨다”며 “시노드 이행 단계에서 정말 꼭 필요한 주교님의 리더십을 잘 보여주시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수원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된 곽진상 주교임명자가 12월 22일 수원교구청에서 줄지어 선 교구 직원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교황대사관에서 신앙선서

곽 주교임명자는 첫 공식 일정으로 12월 22일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전 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예방한 데 이어, 이튿날 주한 교황대사관을 방문해 신앙선서를 하고, 교황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어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염수정 추기경을 잇달아 예방했다. 이용훈 주교는 “앞으로 사제 때보다는 더 넓은 범위에서 일해야 하는데 힘들 수 있지만, 주님께서 하실 수 있는 만큼 맡겨주기에 그만한 은총 또한 주실 것”이라며 라니에로 깐따라메사 추기경의 책 「그리스도 안에서」와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이용훈 주교, 사목 서한 발표

이용훈 주교는 곽진상 보좌 주교 임명 당일인 12월 20일 사목 서한을 발표하고 “곽진상 주교임명자는 깊은 영성과 학식을 지닌 분이시며, 동료 사제들과 신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훌륭한 사목자”라며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풍성한 사목적 결실을 거두고 계신 새 주교님께서 우리 교구와 보편교회를 위해 맡겨진 성교회의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문희종 주교님과 곽진상 새 주교님과 함께 경청과 소통의 시노달리타스 정신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교구와 교구민, 관할 지역민, 보편 교회를 위해 온 힘을 기울여 봉사할 것”이라며 “새 주교님께서 하느님의 보호하심 아래 항상 기쁘고 행복한 주교직을 수행하도록 간절한 기도를 바쳐달라”고 교구민에게 당부했다.




 
곽진상 주교 임명자가 12월 20일 수원교구 서판교성당에서 주교 임명 발표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곽진상 주교임명자 인터뷰

“처음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컸지만,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안배하시는 만큼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필요한 은총을 주시고 이끌어주실 것이라 여깁니다.”

곽진상 주교임명자는 수원교구 보좌 주교 임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신앙에서 멀어져가는 청년들에게 특히 더 용기를 주고 싶다”며 “세상에서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고, 그들의 고민에 교회가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곽 주교임명자는 “우리 청년들은 제가 젊었을 때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며 “그렇기에 더욱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하느님은 지금 계시며, 지금 일하시고, 우리와 함께 계신다. 그분 현존을 체험하고 함께 나누는 그런 삶이 되도록 하자’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곽 주교임명자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님으로부터 보좌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대사관을 방문한 뒤 경당에서 40~50분 묵상하면서 십자가 예수님을 보게 됐다”면서 “‘너는 나의 십자가를 같이 져줄 수 있느냐’라는 말씀이 들렸고, 그래서 ‘순명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좌 주교로서 교황님과 교회 뜻을 따르고, 교구장님 사목을 도와드리고 협력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수원가톨릭대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공부하고 운영하면서 교구의 모든 신부님을 잘 알게 됐고, 이는 신부님들과 소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학은 사목의 방향·목적·실천 방법이 교회적이고 복음적인지 식별하는 기준이기에 신학과 사목은 별개가 아니다”라며 지금껏 매진해온 진리 탐구의 신학적 관점을 사목 현장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곽 주교임명자는 교회 현안인 시노달리타스에 대해서도 “본당에서 사목하며 느낀 것은 신자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시노달리타스를 위해서는 먼저 사제의 쇄신이 요청되고, 이를 위해선 신학교의 쇄신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교회가, 먼저 사제가’라는 마음으로 의식을 변화하고 신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회는 교회가 간직해온 본질적 전통 신앙을 잘 보존해야 하는데, 이를 잘 보존하는 방법은 박물관에 모셔놓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이 세상의 빛으로 그걸 재해석해 시대에 걸맞은 복음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 쇄신이고 새로운 복음화”라고 강조했다.

곽 주교임명자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한국 교회에서 열린다는 건 대단한 역사적 사건으로, 젊은이들의 신앙이 다시 불타오르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교구대회를 비롯해 제게 주어지는 일이 무엇이든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2-2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2. 25

시편 86장 1절
주님, 귀를 기울이시어 제게 응답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