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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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 2027 서울 WYD 향해 모든 힘 모아야”

정순택 대주교 신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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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인공인 교회 공동체
‘친절한 설명’과 ‘참여·경청’으로
하느님 뜻 찾아 나가는 문화 조성

세대 갈등 넘어 2027 서울 WYD 준비
가정에선 홈스테이 제공하고
남녀노소 불문 봉사자 참여를
성령의 불 타오르는 계기 삼길

낙태 합법화 움직임 대응책
젊은이들과 생명 수호활동 펼치고
청소년 미혼 한부모 자립 지원 강화

평양교구 100주년과 남북평화
남북 화해 향한 기도 멈추지 않길

약자를 위한 사목·AI와의 공생
장애인 찾아가는 사목 더 펼칠 것
AI 장단점 심도 있게 연구
올바르게 활용할 여건 개척해야

시복·시성 운동과 신자들이 할 일
기적 심사 필요한 증거자 위해
‘전구 청하는 기도’ 많이 하길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한 정기 희년은 마무리됐지만, 시노드 교회를 향한 한국 교회의 여정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교회와 사회가 온 힘을 쏟아야 할 ‘황금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생명 경시 풍조와 세대 갈등, 남북관계 경색, 인공지능(AI)의 도전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 엄중한 시국 속에 한국 교회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새해를 맞아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대주교에게 우리 시대의 미래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대의 도전 앞에 생명의 가치 지키고 소외된 이들의 이웃 되자"



한국 교회 신자들과 북녘 교회 형제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2026년 새해는 ‘붉은 말의 해’이죠. 말의 힘찬 도약처럼 모든 교우분과 전국의 가톨릭평화신문 독자분들, 그리고 북녘 형제들이 하느님 안에서 각자 뜻한 바를 잘 이루는 은총의 한 해를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대주교님께서는 새해 사목 교서에서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하여 젊은이와 함께 나아가자고 당부하셨습니다. 사제단에게 특히 ‘친절한 설명’을 강조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최종 문서」를 보면, 우리 시노드 교회 안에 ‘투명성’과 ‘책임감 있는 설명’과 ‘평가’의 문화를 심어가자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 일부에서는 ‘나를 따르라’ 방식이나 상명하달의 분위기가 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이룰 시노드 교회는 그런 방식을 벗어나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서로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하느님 뜻을 식별해나가는 문화를 조성해야겠죠. 그래서 저도 책임감 있는 설명, 즉 공동체를 위한 ‘친절한 설명’이 우리 교회에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회에 시노드 문화가 정착하려면 구성원들이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이었죠. 우리 모두가 특별히 ‘친교’와 ‘참여’를 함께 실천해나가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친교란 그저 인간적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친교가 아닙니다. 바로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인격적인 만남입니다. 물론 기도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하느님과의 친교를 토대로 이웃과 친교가 도모되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 모두가 주인공으로 함께 참여하고 경청하면서 하느님 뜻을 찾아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세대가 소외를 느끼지 않도록 조화롭게 아우르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모두의 교회’가 되기를 희망하시지요. 어떻게 하면 심해진 세대 갈등을 넘어 화합을 이룰 수 있을까요?

“먼저 어른, 즉 기성 세대에겐 지금 젊은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과거 세대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경제 성장률이 높던 1970년대 말~1980년대 말에는 좋은 일자리가 많았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은 낭만적인 학교생활을 즐기거나 학생운동을 했어도 졸업만 하면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자동화 시스템 같은 여러 요소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 취업에도 어려움이 매우 큽니다.

물론 젊은이들 역시 기성 세대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마음이 젊으면 청년’이라는 어른들의 마음을 부정적 유행어로 깎아내리는 대신, 이해하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 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젊은이들과 기성 세대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본당 차원에서도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는 외국 청년들을 맞이하는 환영행사를 청년과 어른 세대가 기획 단계부터 서로 의논해 준비해가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이제 1년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이가 부푼 마음으로 내년 여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할 젊은이들 규모를 예상하면, 해외 청년들은 약 30만~40만 명일 거라고 봅니다. 따로 등록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는 여행자나 순례자도 적지 않겠지요. 레오 14세 교황님이 젊은이들과 함께하실 파견미사에는 신자와 시민까지 포함해 최대 100만 명까지 헤아리고 있습니다.

대회를 잘 준비하기 위해선 신자 가정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바로 해외에서 온 청년들을 위해 홈스테이를 많이 제공해주시는 겁니다. 또 기도로 응원해주시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분이 봉사자로 지원해 ‘주인공’으로서 이 축제에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세계청년대회가 한국 교회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선사하는 자리가 되길 원하시나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단순한 대형 행사가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에 성령의 불이 새롭게 타오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대회 준비부터 사전대회와 본대회까지 모든 과정을 통해서요. 세계청년대회는 서로 문화와 언어가 다른 젊은이들이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 안에서 ‘우리는 하나’임을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저는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서 프랑스 어느 교구의 보좌 주교이신, 대회 개막 얼마 전 주교품을 받은 아주 젊은 주교님을 만났습니다. 벌써 다섯 번째로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다셨죠. 그분이 사제가 된 계기도 바로 세계청년대회였습니다. 1997년 파리 세계청년대회 때 청년으로 참가해 하느님을 만나고 사제성소를 느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 프랑스 주교님은 ‘파리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한 덕에 성소자도 늘고, 가톨릭교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늘었다’며 ‘그 힘으로 프랑스 교회가 유럽 안에서 그나마 잘 지탱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 세계청년대회도 이처럼 한국 교회에 새로운 신앙의 빛이 타오르게 하길 기대합니다.”

정순택 대주교가 어린이날인 2025년 5월 5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영유아·어린이의 희년’ 행사 일환으로 아기들에게 세례를 주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순택 대주교가 11월 22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열린 ‘제40차 세계 젊은이의 날’ 미사에서 젊은이들의 노래에 팔을 흔들어 호응하고 있다.
 

정순택 대주교가 어린이날인 2025년 5월 5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영유아·어린이의 희년’ 행사 일환으로 아기들에게 세례를 주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7년은 교구장 서리로 계신 평양교구 설정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교구 차원에서의 기념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2027년 3월 17일이면 평양지목구가 서울대목구로부터 분리 설정된 지 100주년이 됩니다. 현재 우리 교구에는 6·25전쟁을 전후로 북녘에서 내려와 사제가 되신 북향민 1세대 신부님들은 물론, 남하한 부모님에게서 태어나신 2세대 신부님들도 계십니다. 북향민 조부모를 둔 3세대 신부님들도 계시죠. 그 외에도 북한 선교에 관심을 갖고 열정을 키우시는 신부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분들과 함께 평양교구 설정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미사와 전시회·학술 심포지엄 등을 계획 중입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2027년 8월에는 세계청년대회라는 큰 행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3월 17일 몇 가지 행사를 치르고, 세계청년대회가 끝난 뒤인 가을쯤 평양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계속 경색돼 있으며 대화도 단절된 상태입니다. 남북평화와 민족 화해를 위해 어떤 노력이 계속 필요할까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화해를 향해 진전되기를 많은 국민이 기대하고 계실 텐데요. 아직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남북화해와 공존·공생·공동번영을 지향하는 기도와 관심은 계속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현재 북한에 부과되는 국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를 계기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이길 희망합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낙태 합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구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죠. 그 공백 속에서 많은 낙태가 일어나는 걸로 압니다. 그러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낙태를 합법화해도 좋다거나, 해도 무방하다고 잘못 해석되는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새해에는 세계청년대회 준비 일환으로 젊은이들과 함께 생명 수호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생명 주제 열린 포럼이나 ‘몸 신학’을 공부하는 프로그램, 생명 문화를 확산하는 운동이 그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아울러 교회는 낙태를 단순히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들이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사회 여건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낙태를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일례로 서울대교구는 성평등가족부·우리금융미래재단과 협업을 통해 홀로 자녀를 키우는 청소년 미혼 한부모 자립을 돕는 ‘우리 원더패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해부터는 지원 대상을 24세 이하로 확대합니다. 또 생활비·양육비 지원은 물론, 의료비와 심리 상담·교육 지원 등도 제공할 겁니다. 앞으로도 교구는 사회와 연대해 교회 최우선 가치인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더 힘쓰겠습니다.”

교구에서 수어(手語) 단어장 「손으로 전하는 언어, 수어를 배워봐요!」를 제작했습니다. 앞으로 약자를 위해 어떤 사목을 펼칠 계획이신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구의 15~20는 장애를 가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으로서 참여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장애를 가진 분들이 느끼는 불편을 최소화해야겠죠. 그런 면에서 교구도 사목적 배려에 특히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에파타본당도 있죠. 앞으로는 장애를 가진 분들을 찾아가는 사목을 더 활발하게 펼칠 계획입니다.”


전 세계를 휩쓰는 인공지능(AI) 열풍, 가톨릭교회도 예외가 아닌데요. 교회와 AI가 어떤 방식으로 공생할 수 있을까요?

“AI, 이 시대 굉장히 중요한 주제죠. 프란치스코 교황님부터 레오 14세 교황님에 이르기까지 교황님들도 AI에 관한 고민이 깊으신 걸로 압니다. AI 활용과 관련해 일부 개신교회에서 예배 시간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신자들의 질문에 곧바로 답변하는 AI ‘챗봇’을 사용하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인력을 아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따뜻한 사목에 시간을 더 쏟으려는 목적이라고 합니다.

가톨릭교회에서도 AI를 활용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겁니다. AI를 통한 예측과 분석으로 사각지대가 없는 복지 정책을 펼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주의해야 할 부분도 큽니다. AI의 답변은 데이터베이스에 기반을 둔 정보의 짜깁기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안에는 깊은 영성이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공감은 결코 담겨 있지 않습니다. 윤리 도덕적 문제까지도 AI 답변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로서는 AI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따뜻한 만남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듭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도 AI의 장단점을 더 심도 있게 연구하면서 올바르게 활용할 여건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교구가 시복·시성 추진 중인 브뤼기에르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방유룡 신부까지 모두 교황청으로부터 ‘장애없음’을 승인받으면서 시복 추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부하시고 싶은 바가 있으신가요?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김수환 추기경님, 방유룡 신부님은 ‘하느님의 종’이십니다. 아직 시복·시성되시지 않으셨기 때문에 교회에서는 이분들을 공적으로 현양할 순 없습니다. 다만 신자들의 자발적 현양은 가능하죠. 교우분들께서 이 세 분과 더불어 시복·시성 과정 중이신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현양 신심을 담아 기도운동을 널리 전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시복·시성 기도만이 아니라 순교자들의 전구를 청하는 기도를 더 많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시복 과정에서는 순교자가 아닌 증거자분들의 경우 반드시 기적 심사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님이 계시죠. 우리가 기적이 필요할 때 최양업 신부님께 전구를 청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제가 듣기로는 교황청에 매년 1000건에 가까운 기적심사 요청 또는 보고가 올라온다고 합니다. 그 엄밀한 심사를 통해 기적으로 승인받는 경우도 10건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세계 전역에서 기적으로 인정받는 일이 10건씩 일어나는 것이죠.

우리도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해 브뤼기에르 주교·김수환 추기경·방유룡 신부님이 어서 시복되시길 바라는 기도를 넘어, 일상에서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이분들에게 전구를 청하는 기도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전구를 통해 기적이 일어난다면 교회로 바로 연락해주시길 바랍니다.

정순택 대주교의 2026 신년대담은 cpbc TV를 통해 △1월 5일(월) 오전 9시 50분 △1월 10일(토) 오후 3시 △1월 14일(수) 오후 7시 30분 방영된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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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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