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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음악회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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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가톨릭 전례력으로는 이미 새해가 시작됐지만, 세속의 우리는 오늘을 새 출발의 시기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평범한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쁨과 정화를 느끼는 것일까. 우선 새로운 시작이 주는 심리적 효과를 들 수 있다. 인간은 시간을 연속된 흐름으로 인식하기보다 특정 단위로 구획해 이해한다. 음악의 탄생 역시 시간을 재구성하려는 이러한 사고에서 비롯됐다. 이를 ‘시간의 이정표(Temporal Landmarks) 효과’라 하는데, 과거의 실패나 부진과 심리적 단절을 가능하게 하여 ‘이번에는 다르게 해 보겠다’는 새로운 자기 정체감을 강화한다.

자연히 동기 역시 높아진다. 새해의 다이어트, 금주·금연 결심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해는 새로운 출발이자 삶을 정화하는 계기이며, 마음먹기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매일을 새해처럼 살라”는 옛말이 괜히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일상과 대비될 때 드러나는 특별함이다. 이는 ‘변화 대비 효과’로 설명되는데, 본래 의미가 없던 것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감정적 무게를 키우는 방식이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이름을 지어준 순간이 그러하고, 시험 전 백일, 부부의 은혼식·금혼식, 생일·환갑·진갑 등의 의례도 같은 맥락이다. 45억 년 지구 역사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 그 작은 단위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오히려 큰 축복인지 모른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새해를 알리는 가장 유명한 행사로는 비엔나 필하모닉이 뮤직페라인에서 여는 신년 음악회가 있다. 슈트라우스 가문의 화려한 왈츠와 폴카로 구성된 이 공연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단순한 축하를 넘어 유럽의 문화적 전통을 상징적으로 잇는다. 그러나 이 음악회가 사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선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1939년 시작된 이 음악회는 괴벨스가 꿈꾼 ‘문화와 음악, 낙관주의의 도시 빈’을 선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당시 단원 과반수가 나치 당원이었으며, 유다인 단원들은 1938년 전원 축출됐다. 그중 네 명은 강제수용소에서, 한 명은 유다인 거주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전쟁 후에도 이 사실은 침묵 속에 묻혀 있다가 2013년에 이르러서야 비엔나 필하모닉은 공식적으로 부역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기록을 공개했다. 역사는 더디고 어두워 보일지라도 드러날 것은 결국 드러난다.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2020년 비엔나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슈트라우스 ‘사랑의 인사 왈츠’

//youtu.be/Zqr3S4wgHZg?si=vk8R0gk0dXbQ7OZb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는 2025년 비엔나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봄의 소리 왈츠’

//youtu.be/e7Yd-Jn1juc?si=ObE0qUAxn7CsYkji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2014년 비엔나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앙코르 ‘라데츠키 행진곡’

//youtu.be/8_2oDRiLYlc?si=lv3jef0TYJsk1Czz



작곡가 류재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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