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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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걷고 기도하고]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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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동 낙산 자락, 서울대교구 대신학교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면 도심의 북적임이 한순간 사라진다. 운동장에 들어서면, 올해 4월부터 재건축에 들어가는 대신학교 대성당이 저 멀리 나무 사이에 반쯤 가려진 채 순례자를 맞는다. 최근에는 대성당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 아쉬움과 추억을 좇는 사제들의 발걸음도 잦다. 재건축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대성당을 순례했다.




60여 년…신학생들의 기도와 성찰 쌓인 영적 못자리


1960년 봉헌된 대신학교 대성당은 지난 60여 년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신학생의 기도와 성찰, 깊은 고민이 머물러 있는 영적 못자리다. 국내에 신학교가 몇 없던 1980년대까지는 서울대교구뿐 아니라 타 교구와 여러 수도회 신학생도 이곳에서 수학했기에, 더욱 의미가 깊은 장소다. 1984년 방한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미사를 봉헌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대성당 앞에 다다르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석상이 성당과 조화를 이루며 서 있다. 석상의 오른팔은 신학교 교정 입구를 향하고 있는데, 이는 양성 과정을 마친 새 사제들에게 “이제 세상을 향해 나가라”고 격려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은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안치된 성지이기도 하다. 6.25 전쟁 당시 서울 용산 성직자 묘지에 매장돼 있던 유해는 1960년 7월 이곳으로 옮겨졌고, 현재는 제대 옆 감실 석관에 모셔져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신학생들이 시간 전례를 위해 향하는 길목에 성모상과 게시판이 눈에 띈다. 신학생들은 기도하러 올라갈 때마다 이 성모상에 인사를 드리고, 그날의 전례 공지를 확인한다.


2층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그림이 방문객을 맞는다. 부산교구 김옥수 신부(도미니코·원로사목)가 기존의 이콘을 타일화로 제작해 신학교에 기증한 작품 <예루살렘 입성>이다. 작품을 지나 성당 문을 열면, 높은 천장과 간결한 구조 덕에 더욱 넓어 보이는 내부가 펼쳐진다.


1980년대 들어 성소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의 성당에서 모든 신학생이 전례를 할 수 없게 되자 1985년 성당을 증축해 현재의 모습처럼 넓어졌다. 바닥과 목재로 이뤄진 벽면, 유리화 등은 모두 증축 이후 설치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성당 내에서 가장 오래, 60년을 온전하게 자리를 지킨 건 제대 뒤 십자가다.



해마다 해마다 부르심에 더욱 가까이


신학생들의 자리는 지정석으로, 1학년은 제일 뒷자리에, 고학년일수록 앞자리에 앉는다. 7학년인 부제반은 제대 가장 가까이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대신학교 6학년 원감 최요안(요한 세례자) 신부는 “한 해 한 해 지나갈 때마다 신학생이 예수님이 계시는 곳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당 증축이 필요했을 정도로 신학생이 많던 시절, 새내기 신학생에게는 제대가 얼마나 까마득했을지 짐작이 간다.


성당 오른편 유리화를 통해 들어온 자연광이 은은히 내부를 비춘다. 유리화는 1997년 최영심(빅토리아) 작가가 제작한 것으로, 신약성경 속 예수님의 행적과 구약성경 일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대 쪽으로 좀 더 다가서면 성화 <파견하시는 예수님>이 눈에 들어온다. 2015년 가톨릭대 개교 160주년을 기념해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장긍선(예로니모) 신부와 회원들이 제작해 기증했다. 성화 상단에 복음서를 들고 있는 예수님이 있고, 하단에는 대신학교의 모태인 충북 배론의 초가집 신학교를 사이에 두고 성 김대건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가 서 있다. 이는 예수님이 두 사제를 세상에 파견한다는 의미와, 신학생들이 이를 본받길 바라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성소의 길 시작된 곳, 사제의 기억 머문 자리


재건축 소식이 알려지자, 교구 사제들도 종종 이곳을 찾아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는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매년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열던 교구 사제 대상 사목교서 설명회를 올해는 특별히 이곳에서 열었다. 최 신부는 “선후배 신부님들이 (철거 소식에) 얼마나 아쉬웠는지 동기모임 장소를 이곳으로 정하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제 각자가 지닌 추억도 남다르다. 최 신부는 “사제 성소를 꿈꾸기 전, 주일학교 교사를 하던 친구 두 명이 신학교에 들어가게 돼 입학미사에 온 적이 있다”며 “미사 중 제대 위 십자가의 예수님과 눈이 마주쳤다고 느끼며 마음속에 뜨겁고 강렬한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최 신부는 이후 성소를 품고 예비 신학생 모임에 나가게 됐다.


지금의 대성당에서 신학교 생활을 모두 보내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한 주요한(요한) 부제는 “대성당은 신학생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이자 하루를 마치는 과정 중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양심을 성찰하고, 때로는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예수님께 털어놓으면서 계속해서 힘을 얻는 성장의 공간”이라며 “5학년 때 신학교에서 음악부장으로 봉사하며 매주 목요일 성가대석에서 성가를 연습했는데, 다 함께 성가를 부르는 신학생들의 노랫소리에 마음이 뭉클하거나 따뜻한 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사라지는 것은 건물… 기억 간직하고 희망을 꿈꾸며


대성당의 재건축은 신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기도와 전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필연적 조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현재와 미래의 신학생들을 사제로 양성하는 못자리가 될 새 성당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주요한 부제는 “지난 10년간 대신학교 생활의 모든 추억이 깃든 소중한 장소이기에 무척 아쉽지만, 대성당 건물이 사라진다고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모든 분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새로 지어질 대성당 건물에서 매일 하느님과 함께 생활하고 성장할 후배 신학생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대와 희망도 크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대신학교는 12월 21일 대신학교장 민범식(안토니오) 신부 주례로 신학생 100여 명이 참례한 가운데 대성당에서의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다. 


대성당은 ‘천주교 서울 순례길’ 중 하나인 대신학교 내에서 순례객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지만, 새 성당 완공이 예상되는 2028년 6월경까지는 순례가 제한된다. 


현재 제대는 새 성당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와 석상도 재건축 공사 기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가 새 대성당에 모실 예정이다. 유리화는 다른 장소로 옮겨 보존하며 신학생들이 앉았던 장의자는 모두 교체한다. 새 대성당은 부지와 면적은 유지한 채 3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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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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