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에 이어 아리랑 7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국내에서 우주·천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별을 바라보며 연구하는 것은 종교와 무관한 과학자들의 몫이라고만 여겨지기 쉽지만, 교회는 오랜 역사 안에서 천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쏟아왔다. 교회는 왜 ‘별’을 바라보는 걸까?
교회와 천문학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떠올리는 것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재판’이다. 지동설과 천동설을 둘러싼 논쟁은 마치 신앙과 천문학의 대립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갈릴레오 이전에 지동설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사람은 사제였던 코페르니쿠스(1473~1543)였다.
이후로도 천문학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제는 계속 있었다. 크리스토프 샤이너 신부(1575~1650)는 망원경 관측으로 태양 흑점에 관한 체계적인 기록을 남긴 대표적인 천문학자다. 별의 ‘색’을 분류·목록화 하기 시작한 천문학자는 베네딕토 세스티니 신부(1816~1890)였다.
천문학 분야에서는 예수회 신부들의 활약도 컸는데, 그러다 보니 현재 달의 지형 중 예수회 신부의 이름이 붙은 분화구가 33개나 된다. 또 오늘날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 중 가장 대표적인 ‘빅뱅 우주론’을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1894~1966)다.
이처럼 교회가 유수한 천문학자 신부를 배출해 온 것은 교회가 얼마나 천문학에 큰 관심을 지녔는지를 보여준다. 지동설, 빅뱅 우주론 같은 천문학적 발견들은 마치 성경의 말씀과 상반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교회는 오히려 이런 천문학적 발견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 신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교황청이 1891년부터 바티칸 천체관측국을 운영하며 천문학과 우주과학에 관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4년 교황청 과학원 회의에서 “대폭발이 우주의 시작이라고 하는 빅뱅 우주론은 창조주의 개입과 모순되지 않으며 오히려 창조주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교회가 천문학에 관심을 기울여온 것은 교회의 역사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 ‘그레고리오력’도 교회의 오랜 천문학 연구의 결실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325년 니케아공의회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의 날짜를 정할 수 있었던 것도 춘분과 만월을 계산할 수 있는 천문학적 지식이 배경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성경은 이 세상에 태어난 예수님을 처음으로 경배한 사람들이 ‘별’을 보고 찾아왔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바로 동방 박사들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9년 주님 공현 대축일 강론을 통해 “천문학자인 동방 박사들은 하늘에 새 별이 나타난 것을 관찰하고, 이 현상을 거룩한 성경이 예언한 유다인의 왕의 탄생을 알리는 표징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에도 갈릴레오의 뒤를 잇는 많은 과학자의 열정과 신앙 덕분에, 그리스도교적 우주 이해는 이성도 믿음도 포기하지 않고 둘을 서로 열매 맺게 하면서 새롭게 꽃피는 흥미로운 징표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