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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타래 마을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종교 넘어 지역 축제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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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타래농쌩대교구는 태국교회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공동체 중 하나로, 동북부 나콘파놈(Nakhon Phanom)·사꼰나컨(Sakon Nakhon)·깔라신(Kalasin)·묵다한(Mukdahan) 등 4개 주를 관할하고 있다. 불교 신자가 절대다수인 태국에서, 이 지역 신앙 공동체는 100년 넘게 믿음을 지켜왔고, 주님 성탄 대축일마다 별 모양의 랜턴과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로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해 왔다. 작은 별을 손에 들고 마을을 행진하던 소박한 전통은 해마다 규모를 커지며 이제는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성탄 축제로 자리 잡았다.



별이 이끄는 성탄, 타래 마을에 도착하다


[태국 사꼰나컨 변경미 기자] 해가 저물기 시작한 12월 23일 오후 5시 무렵, 타래 마을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St. Michael’s Cathedral at Tha Rae community)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성당 맞은편 거리에는 화려하게 장식한 퍼레이드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섰고, 성당 안은 대형 트리와 각종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인파로 붐볐다. 성당 밖에는 한국의 야시장을 연상케 하는 먹거리 부스들이 들어섰다. 어둠이 내려앉은 오후 6시 퍼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 양쪽은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마을은 성탄의 기쁨 속에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타래 마을은 태국에서 가장 큰 신앙 공동체로 꼽힌다. 태국 인구의 약 93가 상좌부 불교를 믿는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0.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마을에서는 1884년부터 신앙 공동체가 형성됐고, 성탄 전통 또한 뿌리내렸다. 주민들에게 성탄은 오래전부터 작은 별 모양 랜턴을 손에 들고 함께 걷는 시간으로 기억됐다. 퍼레이드를 즐기는 태국 문화 속에서 이 전통은 점차 규모를 키웠고, 약 40년 전부터는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베들레헴의 별을 따라 걷는 타래의 밤


퍼레이드는 경연 형식으로 진행되며, 개인은 물론 단체·기관·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다. 퍼레이드 차량마다 대형 별 조명이 설치되고, 차량 앞부분에는 단체 로고와 함께 성탄을 주제로 한 장식이 더해진다. 차량 위에 오른 참가자들은 행렬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작은 사탕을 던지며 기쁨을 나눈다.


사탕을 나누는 이 전통은 값비싼 선물 대신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공동체가 함께 나눈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사탕을 줍기 위해 아이들이 거리로 뛰어나오는 모습은 신앙이 몸으로 기억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퍼레이드 차량 뒤에는 구유도 함께 실려, 성탄의 기쁨이 성당 안을 넘어 거리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2월 24일에는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 맞춰 성당을 중심으로 작은 규모의 별 행렬이 이어졌다. 여러 마을에서 모인 신자들은 손에 작은 별 모양 랜턴을 들고 행렬하며 성당으로 향했다. 퍼레이드 차량 위에 달렸던 커다란 별부터 사람들 손에 들린 작은 별까지…. 별은 주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동방 박사들이 베들레헴의 별을 따라 아기 예수를 찾아간 이야기를 떠올리며,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순례하듯 걸음을 옮겼다.


이날 성모상 앞에서는 아기 예수 탄생 장면을 재현한 성극이 펼쳐졌고, 타래농쌩대교구장 위라뎃 자이세리(안토니오) 대주교도 참석해 자리를 함께했다. 이후 성탄 밤 미사가 봉헌됐다. 행렬에는 타래 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방콕 등 태국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파티마 신학교(Fatima Seminary)에서 온 존 차차이 신부는 “신자들뿐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가진 관광객들도 별을 보고 ‘나도 하나 들고 싶다’며 자연스럽게 참여한다”며 “사람들이 이 별을 보며 인도받는다는 좋은 의미로 모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콕에서 온 불교 신자 찰리 씨는 “아내와 함께 매년 한 번씩 타래 마을을 찾아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며 “가톨릭계 학교에 다녀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주님 성탄 대축일이 공휴일이 아닌 만큼, 이곳은 종교를 넘어 많은 이가 성탄의 기쁨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성당을 넘어 도시로…지역의 성탄 문화로 자리하다


2025년에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시도로 크리스마스 별 퍼레이드가 처음으로 사꼰나컨 시내까지 확장됐다. 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타래 마을의 전통 행사를 지역 대표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12월 25일 사꼰나컨 시청 앞 라마 5세 동상 광장 일대에서 퍼레이드를 열었다.


현장에는 불교 신자임에도 지역 공동체의 축제로 자리 잡은 별 퍼레이드에 가족 단위로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포카·페타 부부는 “불교 신자지만 처음 열리는 시내 퍼레이드가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잘 어울리는 지역 축제라고 생각해 나왔다”며 “이 지역에는 다양한 종교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 행사를 함께 즐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샨스인어원·따완 커플도 “이번에 처음 열리는 행사라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처음 참여하는 축제라 설레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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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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