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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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포기하고 싶을 때 드리는 기도

오현화(안젤라,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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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금요기후행동이나 강의 후 종종 들었던 질문이 있다. “이런 걸 한다고 뭐가 바뀌나요?” “왜 이 일을 하는 거죠?” “이런 행동보다는 정치적인 변화가 더 필요하지 않나요?” 손팻말을 들거나 행진하거나 가정과 공동체에서 삶을 전환하려 노력하는 게 과연 세상을 바꿀만한 가치 있는 일인지 회의가 든다는 말이었다. 여전히 온실가스는 배출되고 쓰레기는 쌓여가며 가난한 이들은 계속 가난한 채로 있으니 말이다. 거대한 구조 앞에서 우리 몸부림은 한순간에 쓸려가 버리는 미약한 흔적이라 무슨 가치가 있겠냐는 자조도 들었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을 때, 그냥 다 놓고 싶을 때가 있다. 눈앞의 담배꽁초를 줍는 들 얼마 안 가 누군가 또 그 자리에 무심히 담배꽁초를 버릴 테니까. 텀블러와 손수건을 챙긴 들 번화가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쓰레기가 쌓여있다. 힘껏 집에서 분리배출을 한들 어느 행사에서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 실려 가는 걸 보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모두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계절마다 유행하는 옷을 사 입고, 되는대로 쓰레기를 배출하고, 생태 파괴에 침묵하는 세상을. 아무도 밖에서 기후정의를 외치지 않고 그저 술자리에서, 학술대회에서나 아는 사람끼리만 말하는 세상을. 모두가 경쟁과 경제발전을 외치고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 핏대를 높이는 세상을.

그 어떤 행동이든,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세상’보다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이바지한다. 세상에 작고 의미 없는 행동은 없다. 나무를 조각할 때 첫 칼질은 아주 작은 흔적일지 모르지만, 수십·수천·수만 번의 손길로 조금씩 꼴을 갖춰간다. 우리 노력도 그렇다. 각자 모든 행동이 함께 숨 쉬는, 같은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있다. 그게 어떤 모습인지는 아주 멀리서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행동은, 우리의 기도는 절대 작지 않다. 손과 발이 있고, 기도할 힘이 있다면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단순한 의문이나 회의를 넘어 숨 쉴 수 없을 만큼 큰 절망에 짓눌려있다면, 패배감과 절망·짓눌리는 마음을 알고 계신 주님을 바라보자. 당신의 창조세계를 사랑하시고, 그 안에서 눈물 흘리신 그분을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사회활동가와 다른 점이 있다. 내 행동의 뿌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를 지향하는지 또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 길을 알거나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인간적인 위로를 넘은 그리스도의 ‘희망’을 갖고 서로를 돌보며, 그 희망을 향해 기도하며 나아갈 수 있다. 너와 나의 기도와 행동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덜 나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충분히 잘해온 당신을 꼭 안아주고 싶다.

서로 손을 꼭 잡고, 기도하며 2026년을 맞이한다. 새해에는 세종호텔 고진수 동지가 기쁘게 땅으로 내려올 수 있기를, 세종보 수문이 닫히는 걸 막기 위해 천막 농성하는 동지들이 따뜻한 집에서 쉴 수 있기를, 설악산의 생명들이 더 이상 케이블카 때문에 위협받지 않기를, 삼척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멈추고 맹방해변이 더는 사라지지 않기를, 새만금과 가덕도의 생명들이 공항 건설로 파헤쳐지지 않기를, 우리의 이기심으로 고통받는 생명과 이웃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기도한다. 하느님을 찬미하며 창조세계를 보전하기 위해 애쓰는 모든 손과 발과 마음에 축복이 있기를 기도한다.

“모든 것이 잃어버린 듯 보일 때, 저희가 주님의 자비를 경험하게 하소서. 스스로에게 부드럽게, 다른 이들에게 자비롭게 할 수 있게 하소서. 앞으로 걸어갈 길에서 힘을 찾게 하소서.”(‘포기하고 싶을 때 드리는 기도’, 찬미받으소서 운동, Laudato Si Movement)



오현화 안젤라(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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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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