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은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한 해 앞둔 시점에서 만반의 준비를 잘 갖추고자 매진해야 하는 해다. 한편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낙태 관련 법안은 태아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고, 신학생 감소는 한국 교회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2월 20일 곽진상 신부가 수원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됐다.
본사는 주교회의 의장이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를 만나 2026년 한 해 전망을 들었다. 이번 대담은 수원교구 곽진상 보좌 주교 임명 전에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주교님의 올해 소망이 있다면요.
수원교구 내에 편찮거나 또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제들이 계셔서 가까이하면서 좀 찾아뵐 생각입니다. 또 제가 글도 쓰고 강론도 하니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내용을 모아 책을 낼 생각도 있습니다.
지난 12월에도 하느님이 만드신 지구촌 피조물 보호의 가치와 실천적 방법을 담은 신간 「창조 vs 파괴」를 낸 바 있습니다.
새해에 모두가 각자 희망하는 바를 잘 이룰 수 있는 제언이 있을까요.
기도의 생활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도를 더 잘하기 위해선 성경 말씀을 자주 들여다봐야 하고, 주일 미사 참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행동이죠. 나눔과 선행입니다. 재능이든 무엇이든 넉넉한 마음으로 나눴으면 합니다. 기본 교리에서 나아가 사회적 가르침과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에 관한 교황님과 교황청 지침들도 꼼꼼히 보면서 건강하고 바람직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야 할까요.
우선 주교회의 차원에서는 교구대회 준비 책임자인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종강(청주교구장) 주교님께 이와 관련한 전권을 위임했습니다. 각 교구 청소년 관련 담당 신부님들과 협의하면서 특히 교구대회가 성공적으로 준비되고 치러지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와도 긴밀히 협업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은 대회를 위해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 운동’에 참여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나아가 우리 신자들이 준비해야 할 분야가 전 세계 청년들을 맞이할 홈스테이 참여입니다. 언어·문화의 이질감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는데, 환대하는 마음만 가지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지난해 5월 첫 강복에서 “두 팔 벌린 광장처럼 대화하는 교회가 됩시다”라고 하셨습니다. 교구대회 기간 내 집과 방을 4박 5일 동안 내어주는 홈스테이 제공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WYD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2025년 3월 15일 2027 WYD 수원교구대회 발대식 및 발대미사 참석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수원교구 제공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레오 14세 교황님께 우리가 특별히 청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여건만 조성이 되면 언제든지 북에 가겠다’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죠. 레오 14세 교황님도 그 뜻을 이어받아 남북관계와 분단된 상황에 안타까움을 갖고 계실 겁니다. 북한 청년들을 초대하는 것엔 아무 이의가 없지만,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세계청년대회를 하면서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됐으면 합니다. 또 세계청년대회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뿐 아니라 추진 중인 많은 시복 대상자들이 시복되는 데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 다른 종교와 함께하는 일도 중요하겠죠.
정부 차원에서는 안전·교통·숙박 등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도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안이 빨리 통과되도록 노력 중인 것으로 들었습니다. 수원교구 차원에서는 경기도와 협조가 잘 되고 있습니다. 함께 회의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타 종교와의 협력은 당연합니다. 전 세계에서 2주간 걸쳐 하는 종교 젊은이 축제는 WYD 외에는 없습니다. 제가 다른 종교 지도자들에게 잘 알리고 있습니다. 또 비신자 청년들과 함께할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환경·평화·정의 주제를 비롯해 소외계층과 함께하고 그들을 돕는 문제는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달부터 2027년 5월까지 세계청년대회 상징물인 십자가와 성모 성화의 국내 순례가 이어집니다. 여기에도 비신자 청년들을 초대하면 좋겠습니다.
수원교구는 올해가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3개년 여정 마지막 해입니다. 교구민이 꼭 실천하거나 마음에 새겨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요.
우리 교구가 ‘말씀과 전례 중심의 일상생활이 많이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3년간 사목 목표를 통해 생태 환경을 보존하면서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을 제고하고자 했습니다. 더 당부할 것은 첫째로 우리 신자들이 기본적인 성경, 교리 공부, 피정, 순례, 봉사에 더 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사회교리·정치·경제·노동·생명 문제에도 바른 식견을 갖고 말과 행동에 임해줬으면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교회 차원에서 새롭게 신자들을 맞이하고 참여를 독려할 방안이 있을까요.
수원교구의 경우만 봐도 본당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회복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사목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가정이든 어디든 문을 열어주기도 쉽지 않죠. 그렇기에 신앙생활로 바로 인도하는 것도 좋지만, 전 단계로 본당 공동체 안에서 동아리 모임을 활성화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당 울타리 안에서 작은 취미 모임부터 마련해 사람이 모이면 같이 기도하고 성지순례하고, 이후 시간이 흘러 신심 단체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요. 청년 신자들을 위해서도 여러 사목 콘텐츠도 개발해야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그들을 우선 만나는 게 필요할 것입니다.
사제 성소 감소는 한국 교회의 과제로 떠올랐다. 2025년 12월 5일 수원교구 사제서품식에서 이용훈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새 사제들에게 안수하고 있다. 수원교구 제공
갈수록 사제·수도 성소가 감소하는 상황은 큰 고민입니다.
신학교나 각 수도회 또한 젊은 MZ 세대의 생각과 생활을 잘 살피고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제와 수도자에게 필요한 삶이 있지만, 자칫 오늘날 젊은 성소자, 젊은 신학생, 수도자들에게 억압과 강요의 인상을 주면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어떤 목마름을 갖고 있는지 좀더 잘 파악해 이해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성소가 없다’라면서 포기하는 건 성급합니다. 교회부터 MZ 세대를 향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를 알릴 때 ‘K-톨릭’이라고도 말하기도 하는데요. 보편 교회 속에서 한국 교회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한국 교회 신자 수가 전체 인구의 11.3, 600만 명 됩니다. 또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0위권에 있습니다. 교황청에서 볼 때에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서 볼 때에도 우리나라, 한국 교회는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물적 지원부터 성직자·수도자 파견 요청도 많은데, 우리 또한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현재 1000여 명의 사제와 수도자·평신도들이 나가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고, 미얀마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교회에서 19억 원에 달하는 성금이 순식간에 모금됐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때에도 평화를 향한 기도와 봉헌해주신 성금은 20억 원 이상이었습니다.
‘함께 걷는 교회’ 즉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한국 교회에 더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실천적인 방안은 무엇일까요.
시노드는 말로만 하거나 문헌 하나 나오는 걸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죽은 시노드에 불과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시노드 이행 단계에 철저히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시노드 정신을 잘 실천하는 것만이 우리 교회가 살 길입니다. 경청과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우리 사명을 이행하고 교회 일에 참여하면서 친교와 교류를 더욱 이뤄가야 합니다.
교회가 환경 보호와 신앙 윤리를 어떻게 잘 조화시켜 나가야 할까요.
문명의 이기를 우리가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인간 생명뿐만 아니라 동식물, 모든 피조물의 생명까지 존중하면서 공동선을 증진해야 합니다. AI(인공지능)와 과학 기술 발전은 우리가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순 없습니다. 새 기술이 약자를 보호하고, 인간성을 증진하는 데 쓰이도록 교회와 정부 차원에서 윤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용훈 주교가 본사와 신년대담을 하고 있다. 이 주교는 모자보건법과 낙태죄 등 개악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제공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임신 주수 제한을 없애고, 낙태약 허용과 건강보험 지원까지 포함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가 이제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불합치 결정을 하고 바로 시행령을 만들라고 국회에 주문했지만, 국회는 6년이 지나도록 손을 놓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의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데, 정부는 ‘검토하겠다’는 정도입니다. 국회에서 발의된 그 악법을 수용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교회는 하느님 모상대로 그분께서 만들어주시는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모든 낙태는 주수와 관계없이 반대합니다. 교회는 이러한 사회 논란 속에서 최대한 낙태 허용 주수의 제한을 낮춰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교회 뜻이 함께 반영된 법안이 되도록 우리는 끝까지 투쟁해야죠. 생명은 인간이 타협할 부분이 아닙니다.
오는 6월에는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집니다. 신자들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지방선거에 임하면 좋을까요.
유권자들은 꼼꼼히 후보자들의 자질과 그 사람을 자세히 분석해 투표해야죠. 이번에도 주교회의 차원에서 후보자들에게 정치·경제·사회·청소년·남북한·환경 문제 등에 관해 질의해 대답을 공개할 겁니다. 후보자들을 잘 분석하고 더 나은 사람을 선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2026년을 맞이한 신자들과 국민들에게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신다면.
우리 신자들에게는 ‘작은 평화의 사도가 돼주시라’고 부탁드립니다. 모두 굉장히 마음이 메마르고, 이기주의와 물질주의, 경제 제일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참 여유와 나눔·선행, 소외된 이들을 위해 나누는 우리 국민,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