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는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도 방치한 법률이 29개에 달할 정도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낙태죄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보완입법을 하라고 했지만 6년이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낙태 허용 기준을 두고 ‘임신 14주’ ‘24주’ ‘전면 허용’ 등 다양한 의견을 담은 법안이 제출됐으나 결국 흐지부지됐고 22대 국회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형법상 낙태죄 조항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대표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정부는 낙태약 허용 움직임을 보였다. 성평등가족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임신 중단 약물에 대해 식약처에서 빠르게 유해성 여부를 검토하고 사용을 허용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낙태약 수입사의 주가가 석 달 만에 3배로 급등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최근 본사와의 대담에서 낙태죄와 관련해 “국회에서 발의된 악법을 수용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며 “생명은 인간이 타협할 부분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회는 정치적으로 필요하거나 유리한 법은 신속하게 바꾸면서도 정작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법안에 대해서는 개정을 회피하고 있다. 국회가 생명권 관련 입법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법은 국가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태아의 생명을 살리고 여성 건강권을 지키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