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조진웅의 과거 소년범 이력이 보도되면서 대중은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배우는 보도 직후 은퇴 의사를 밝혔으나 온라인상에서는 ‘동정론’과 ‘퇴출 요구’가 팽팽하게 맞서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유명인의 과거 잘못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 당사자의 범죄와 피해자의 고통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 각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인섭 명예교수는 SNS를 통해 “소년원은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일종”이라며 “한때의 보호처분을 받았던 소년이 열심히 노력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정도가 됐다면 그 노력도 박수칠 일”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보도에 따르면 범죄자 셋이 차를 훔쳐 피해 여성 6명을 유인해 번갈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았고, 여성 대부분이 10대 미성년이었다”며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에 헤매는데, 감쌀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사제들은 “처벌과 낙인찍기가 능사는 아니다”라면서도 “유명인의 과거 문제 행위에 대해선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 방종우 신부는 “죄는 배척해야 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회복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모든 죄인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이라며 “사회법적 처벌이나 징계는 복수가 아니라, 그가 올바른 길로 돌아오게 돕는 ‘사랑의 지표’이자 교정 절차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인 「사목헌장」은 “오류와 오류를 저지르는 사람을 구별해야 한다”(28항)고 가르친다. 즉 오류와 사람을 구별하라 가르치지만, 이것이 곧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뜻하지는 않는다. 가톨릭 교회는 죄에 대한 진실한 뉘우침인 ‘통회’와 피해를 되돌리려는 실천인 ‘보속’이 전제되지 않은 용서는 결코 성립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 배상을 위해 노력하는 ‘자백과 통회’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하성용 신부는 “이미 형벌을 받고 죗값을 치렀다면 과거의 죄를 현재의 삶까지 확장해 단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면서도 구체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하 신부는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행위가 뒷받침되어야 대중과 피해자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며 “대중이 분노하는 지점은 과거의 죄 자체보다 논란 이후 보여준 뜨뜻미지근한 은퇴 입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 신부는 신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죄는 ‘극복 가능한 죄’와 무지에 의한 ‘극복 불가능한 죄’로 나뉘어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면서 “이번 사건은 이성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만큼 ‘극복 가능한 죄’로서 책임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년범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하려는 취지라면 처벌 또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매장이나 기회 박탈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교정의 목적이 달성되었다면 낙인을 거두는 것이 교회와 사회의 의무”라고 전했다.
하 신부도 “일방적 은퇴나 자숙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피해자 앞에서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행위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용서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