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성매매 피해자 지원 예산 ‘전액 삭감’ , 시민단체 강력 규탄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폐쇄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해온 파주시(시장 김경일)의 노력이 경기도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파주시는 2023년 1월 성매매 집결지 정비 합동팀(TF)을 구성하고, 집결지 폐쇄 및 성매매 피해자 자활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광역 단위의 예산 지원이 끊기며 정책 동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당장 성매매 피해자를 상담·구조하는 파주시 여성인권센터 ‘쉬고’를 비롯한 도내 지원시설들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시설 종사자의 인건비와 운영비는 물론, 성매매를 그만두고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상담·의료·주거·자활 지원금마저 전면 중단될 상황이다.
파주시는 지난 2023년 5월,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의 내용을 담은 ‘성매매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탈성매매를 결심한 피해자가 자활을 신청하면 2년간 생계비, 주거지원비, 직업훈련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는 통상 1년 지원에 그치는 타 지자체보다 2배나 긴 기간이다. 현재 용주골 정비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14차례에 걸친 행정대집행 결과 건축·시설물의 95가 철거됐다.
이러한 현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회는 지난 12월 26일 본회의에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는 도내 지원시설들의 2026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 의결했다.
이에 성매매 피해자 보호와 공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은 2일 경기도의회에서 ‘성매매피해자 지원 예산 전액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의 결정을 “법적 근거와 절차를 무시한 폭력적 행위”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이들 공동성명에서 “예산 삭감은 성매매를 그만두고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피해자들의 자활 지원금, 치료와 회복의 기회, 안전한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박탈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성매매 피해자들에게는 ‘자활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상담원들에게는 ‘노동의 가치를 부정한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경기도가 쌓아온 성매매 피해자 보호 정책의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삭감 배경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성명에 따르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부 도의원이 범죄행위인 성매매 알선 업주들의 고충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단체들은 △삭감 사유 공개 △알선자 개입 의혹 진상 규명 △피해자 지원 예산 즉각 복원 △공식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23년 1월 취임 때부터 파주시 1호 결재사업으로 ‘성매매 집결지 정비계획’에 총력을 기울여온 김경일(토마스) 파주시장은 지난해 3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자립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성매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라며 “이들을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