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빈 멜라니아(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

요즘은 어디에나 ‘K-’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K-팝’, ‘K-드라마’, ‘K-푸드’처럼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맥락에서 주로 사용되던 이 표현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그 용법 또한 확장되었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격동과 경험은 ‘K-민주주의’로 호명되기도 하고, 최근 화제를 모은 ‘K-팝 데몬 헌터스’처럼 상상력의 영역에서도 ‘K-’는 인기 있는 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문화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K’가 가톨릭 앞에 붙을 때면, 그 의도를 짐작하면서도 어딘가 어색함을 지우기 어렵다. 가톨릭은 본래 그 이름 자체가 ‘보편적’이라는 뜻을 지니며, 특정 민족이나 문화·국가를 넘어 모든 인류를 품는 신앙이라는 의미가 이미 그 이름에 담겨 있다. 역사적으로도 교회의 보편성은 단순한 지리적 확장을 의미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언어와 관습, 사유의 체계와의 만남 가운데 자신을 넓혀가며, 다양성 안의 일치를 살아내려는 여정으로 존재해왔다.
물론 우리 사회의 맥락 안에서 신앙을 성찰하려는 시도는 의미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한국 교회의 특별함이나 우수성을 드러내려는 언어로 기울어지는 순간, 가톨릭은 자신의 이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덧 내년으로 다가온 세계청년대회(WYD)를 둘러싼 기대 또한 마찬가지다. 다가오는 WYD가 한국 천주교의 역량과 성취를 세계 교회에 증명하는 자리가 되기보다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 상처와 질문을 지닌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환대하고 배우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세계청년대회는 올림픽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사회 안팎에서는 특정 종교의 행사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특별법이 마련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를 불편해 하거나 방어적으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종교 사회에서 공공성과 종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성찰의 요청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 신자가 다수가 아닌 사회에서 열리는 첫 세계청년대회는 자랑이라기보다는 책임을 동반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도전 앞에서 한국 교회의 응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K-가톨릭’의 위상을 증명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차이와 비판, 때로는 불편한 질문까지도 품는 보편성과 포용성을 실천해보는 노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종교와 문화, 가치와 인종의 다양성이 안전하게 공존하는 장을 만들어 가는 일, 그것이 다종교 국가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가 본래의 취지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 믿는다.
만약 ‘K-가톨릭’을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월성의 표지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넘어 더 보편적인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끌어안아야 할 긴장과 겸손의 이름일 것이다. 2027 서울 WYD가 ‘K-’와 ‘천주교’를 넘어, 참으로 열린 보편성의 축제가 되기를 응원한다.
정다빈 멜라니아(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