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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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신앙은 길이 되었다

전진구 미카엘(수원교구 본오동본당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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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본오동본당 빈첸시오회와 베트남과의 인연은 한 사람의 아픔에서 시작되었다. 가톨릭평화신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코너로 전해진 베트남 시각장애인 능엔 티엔씨의 이야기는 신앙이 무엇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묻는다.

얼굴을 덮은 신경섬유종과 악성종양으로 시력을 잃고 생명까지 위협받던 티엔씨는 베트남 호치민시 외곽 구찌 지역에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허가 시설에서 지내고 있었다. 2015년 7월 처음 마주한 현장은 잊을 수 없다. 비좁고 열악한 공간에서 스무 명 남짓이 서로를 의지하며 버티고 있었다. 사회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던 맹인과 고아들의 현실은 ‘가난’이라는 말로는 다 담기 어려운 무게였다.

그날 이후 우리는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매달 작은 후원을 보내고, 정기적으로 현지를 찾아 쌀과 식료품을 전하며 곁에 머물렀다. 신앙은 말이 아니라 동행임을 배워갔다. 티엔씨를 한국으로 데려와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했지만, 고난도 수술과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때 병원 사회복지과의 권유로 가톨릭평화신문에 사연을 전했고, 지면을 통해 전해진 이야기는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랑의 손길 속에 티엔씨는 다섯 차례의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세례를 받은 뒤 두 아이의 어머니로 조용하지만 단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신앙은 상처를 지우는 마술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살아갈 힘이 됨을 우리는 보았다.

티엔씨와의 인연은 베트남의 장미고아원과 태권도 도장에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또 다른 이웃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사랑의 힘을 느낀 호프안본당 교우들은 빈첸시오회를 꾸려 현지 어려운 이들을 돌봤다. 베트남에서 사랑의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국경을 넘어 서로의 삶을 비추는 이 길에서 우리의 신앙은 한층 성숙해졌다.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서, 신앙은 언제나 길이 되었다.

전진구 미카엘(수원교구 본오동본당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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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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