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정상 운행을 시작한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 위기가 노사 협상 타결로 일단락됐지만, 준공영제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내버스 노사는 14일 오후 11시 55분 임금 2.9 인상, 정년 연장 등에 극적 합의했다. 협상이 타결되면서 15일 첫차부터 버스는 정상 운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내버스 노사 양측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서울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노사 간 신뢰와 협력이 더욱 굳건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요금과 세금으로 운영되는 준공영제 체계에서 시민의 이동권이 파업 때마다 사실상 볼모가 되는 현실은 결코 정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갈등 불씨 여전
서울 시내버스 파업 배경에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둘러싼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통상임금은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등 법으로 정해진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이 된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반영되면 가산수당을 더 받을 수 있다.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직 조건이나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할 때 주는 정기상여금이나 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내놨다. 노조는 월 근로 기준을 176시간으로 적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기존 209시간 기준을 고수했다. 기준 시간이 짧으면 시간당 단가가 올라간다.
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동아운수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사 모두 판결에 불복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결국 양측은 임금을 일단 2.9 인상하고 통상임금과 관련한 임금 체계 개편은 판결 확정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만약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판결이 확정되고 임금이 최종적으로 20가량 오르게 되면 버스회사들의 적자 폭은 더 늘어나게 된다. 이는 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 재정 부담은...
이번 파업은 임금·수당을 둘러싼 노사의 의견 차이로 발생했지만, 배경에는 준공영제 구조와 재정 부담의 한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200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준공영제는 노선 안전성과 시민 교통권 보장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재정 부담이 고스란히 서울시로 이전되는 구조가 반복적인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적자가 발생하면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노사의 원만한 합의까지 중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노사 양측을 끝까지 설득하겠다"며 "시민의 발인 버스가 조속히 정상 운행될 수 있도록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이번 파업에 대해 "지난해 대법원 판결과 동아운수 2심 판결 이후 준공영제 시내버스 임금체계의 새로운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라는 매우 중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인건비 부담이 공영버스 시스템 자체를 위축시키고 서울시 재정에 큰 부담이 돼 결국 시민의 물가 부담으로 돌아올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 보전 준공영제 개편 목소리 나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의 준공영제 체계를 꼽았다.
경실련은 "파업은 멈췄지만 지원을 늘고 관리·통제는 미흡한 구조가 그대로라면 타결 이후에도 갈등은 누적되고, 파업은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되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은 자동으로 늘어나는데 통제와 책임은 약한 구조가 지속되면 협상은 '시민 불편→타협→예산 추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준공영제 자체를 시민 관점에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며 "성과에 따라 지원이 달라지는 연동체계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SNS에 "버스 준공영제, 이제는 고쳐 쓰기가 아니라 다시 설계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노선의 특성과 수요에 따라 민영제와 공영제를 보다 명확히 구분하는 이원화 모델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라며 "준공영제 재정 지원은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되, 마을버스 노선을 확대하고 기존 노선이 닿지 않는 지역에는 공공버스를 통해 기본적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식"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