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면전 개시, 1996년부터 콩고민주공화국 안팎에서 끝없이 이어져 온 전쟁과 학살….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많은 국가에서 분쟁이 이어지는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거나 관심조차 가진 적 없는 분쟁들로 지구촌 이웃들이 여느 때보다도 고통받고 있다. 이에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하 한국카리타스)도 올해 특별히 분쟁 피해 긴급구호·난민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세계 분쟁 현황, 잊힌 난민들의 처참한 현실, 한국카리타스의 지원 계획과 우리의 동참 방법을 알아본다.
국제사회가 외면한 ‘불편한 진실’
2025년 세계 난민의 날 국제구조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50개 이상 국가에서 분쟁이 지속 중이다. 현대의 분쟁은 국가 간 전쟁을 넘어 영토, 정치권력, 민족·종교 정체성, 자원, 범죄 조직, 기후 요인이 중첩된 내부 반란, 민족 갈등, 테러 반군 활동 등 복합 분쟁 형태를 보인다.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가 동시에 개입하고, 민간인이 주요 피해자가 되는 양상이라 해결도 어려워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남중국해(중국·대만,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 베트남, 필리핀), 이란과 파키스탄에서는 영토 관련 분쟁이 ▲수단, 미얀마, 에티오피아에서는 정권·통치 문제를 둘러싼 내전이 ▲베네수엘라, 쿠바, 한반도에서는 이념 충돌이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에서는 학살까지 동원한 인종·민족 분쟁이 ▲가자 지구(이스라엘·팔레스타인), 나이지리아와 보코하람(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모잠비크에서는 정치와 종교가 결합한 분쟁이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아프리카 사헬 지역에서는 자원 분쟁이 ▲수단,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에서는 기후 환경 문제가 촉발·증폭 원인이 된 분쟁이 진행 중이다.
세계은행 2025년 6월 월례보고서와 ‘무장 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현재 세계의 전쟁 발발 건수와 사망자는 2000년대 초의 3배 이상으로 늘었고, 세계 인구 약 17가 무력 충돌 영향권에 놓인 것으로 나타난다. 폭격·전투 피해와 대규모 민간인 피해, 강제 이주, 사회 기반 붕괴 등 광범위한 인도적 위기를 망라한 통계다.
가자 지구와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 가자 지구는 휴전 중임에도 인구 약 90(190만 명)가 피난민이 됐다. 누적 사망자는 7만 명을 넘었고, 인구 4분의 3이 긴급 또는 재앙적 식량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 유엔 2025 세계 위기 국가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인구 3분의 1(1270만 명)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민간인 사상자는 2024년 동기간보다 27 증가했고 2024년 전체 사상자 수를 넘었다.
실시간으로 세계 뉴스를 접하는 정보화 시대, 아프리카처럼 정작 도움이 절박한 일부 국가·지역은 국제사회와 언론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가 점점 ‘각자도생’ 국면으로 접어들고 언론 보도도 지정학적 중요도와 정치·경제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2025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고마교구에서만 63만 명 넘는 피난민과 1만 명가량 사상자가 발생했다. 총기가 확산하고 공항과 은행이 폐쇄돼 식량과 식수 지원은 더 어려워졌고, 모든 병원이 포화 상태라 전염병 확산은 통제 불가 수준이다. 자원 부족, 질병, 고령 등 이유로 피난하지 못한 이들은 지역 학교나 병원 등으로 피신했으나 모두 과밀 상태라 위생 열악과 식수 부족이 심각하다. 의약품도 구할 수 없는데 도시 전역 전력과 통신도 끊겼다.
부르키나파소는 사헬지대 전역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무력 단체에 장악돼 2023년에만 206만 명 난민이 발생했다. 강제 이주가 반복돼 5세 미만 아동 영양실조 문제도 극심한데 591만 명 이상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꺼져 가는 목숨들이 다시 숨 쉬도록…‘꺼지지 않는 희망’을
내전으로 1200만 명 피난민이 발생하고 공공 서비스도 붕괴한 아프리카 수단. 낮에도 무차별 학살이 횡행하는 땅에서 수단 카리타스 활동가들은 사생결단으로 외딴 산악 지역부터 수도 하르툼교구까지 전국을 누비며 고립·취약 가구들에게 식량, 담요,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다. 산모 구호, 영양센터 운영, 아동·여성·노인을 위한 보호 프로그램뿐 아니라 만성 질환자 노인, 아동, 장애인, 고아를 위한 정서 안정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침공한 러시아군에 의해 ‘분쟁 관련 성폭력 피해(Conflict-Related Sexual Violence, CRSV)’ 당사자가 된 우크라이나 청년 올렉(23)도 현지 카리타스 활동가들을 만나 사회 서비스, 의료와 교육, 기본 생필품 지원, 직업 훈련, 주거지 지원을 받으며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무장 군인들에게 체포됐던 올렉은 구타와 고문 속에 거짓 자백을 강요당했고, 충분히 자거나 먹지 못하고 날마다 16시간가량 강제노동을 했다. 군인들이 가한 성폭력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올렉의 영육을 더욱 덧들여 놓았다. 포로 교환으로 석방된 올렉은 카리타스 심리상담사를 만남으로써 남자도 CRSV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결코 그의 잘못이 아니며, 마음껏 울어도 된다는 치료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처럼 전 세계 분쟁 현지에서 난민들의 절박한 필요를 채우는 국제 카리타스 활동가들에게, 한국카리타스는 늘 대규모 지원을 보내는 충실한 우군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해마다 국제 카리타스 긴급구호 사업 지원 규모로 162개 회원기구 중 10위 안에 들고 있고, 2025년에만 28개국 54개 사업에 51억 원 가까이 지원했다.
올해 한국카리타스는 가자 지구와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주요 분쟁 피해 지역 구호와 난민 지원을 계속하고, 국제사회가 외면한 수단,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등지 분쟁에 대해서도 상황 공유와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진행되는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캠페인도 전개 중이다. 현재 캠페인 특별 모금을 진행 중으로, 모금된 기금으로 캠페인 핵심 사업인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식량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에도 전 세계 13개 국가에 파견된 한국 선교사들과 협력해 총 19개 식량지원사업에 약 5억7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카리타스 사무국장 신동민(베드로) 신부는 “‘세계화된 무관심’(「모든 형제들」 30항)을 경계하고, 국경과 민족을 넘어 한 형제자매로서 서로를 돌보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신 신부는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분쟁에는 많은 해외원조 단체가 관심을 보이며 지원이 몰리지만, 아프리카 사헬지대처럼 국제 이해 관계에서 배제되거나 장기화한 분쟁들은 방관되는 게 현실”이라며 “한국카리타스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정신에 기초한 한국교회 공식 국제개발협력기구로서 ‘잊힌 분쟁’들까지 찾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카리타스 비전은 가난한 세계 이웃 현장과 분쟁 지역을 선제적으로 찾고 구호하는 데 있다. 신 신부는 “사후 접근보다, 사람들이 고통받는 그 순간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의 내부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시적 지원을 넘어 현지인들이 인간 존엄을 유지하고 자립 역량을 쌓을 장기 개발 프로젝트도 올해부터 선제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신부는 “한국교회가 해외원조를 시작한 지 33년 만인 2025년, 한국카리타스 연간 지원 규모가 처음으로 50억 원을 돌파했고, 덕분에 가자 지구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콩고민주공화국, 미얀마, 부르키나파소 등 관심 받지 못한 분쟁 지역에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후원이 늘어나는 건 무관심이 관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며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변함없는 공감을 당부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연민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대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 피난민, 미얀마 난민 아동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또 긴급 상황은 언제든 발생하지만, 정작 구호 활동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국카리타스 해외원조 후원회에 참여해 주시면 가장 신속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 문의 : 02-2279-9204
※ 후원 계좌 : 우리은행 064-182742-01-101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 ARS 후원 : 060-700-9204(1통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