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 사도께서 보여 주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창업가가 지녀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신을 교과목명에 담아 학생들과 함께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창업지원단 창업연구소 서정운(시몬) 교수는 2025학년 2학기에 ‘창업, Omnibus Omnia’ 교양 교과목을 개설했다. ‘Omnibus Omnia(옴니부스 옴니아)’는 청주교구장과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고(故)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이 1970년 청주교구장으로 임명된 뒤 정한 사목표어다. 서 교수는 창업의 본질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정신 안에 담겨 있다는 신념에서 교과목을 개설했다.
“창업은 단순한 사업 개시나 이윤 추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에게서 시작해 사람에게로 되돌아가는 선순환 과정이 창업의 본질이죠. 바오로 사도께서 가르쳐 주신 타인을 향한 헌신과 봉사의 정신을 창업 영역에 적용했습니다. 따라서 이 교과목은 취업과 창업을 대립 관계가 아닌 상호 선순환 관계로 바라봅니다. 취업을 위한 창업, 창업을 위한 취업이라는 관점에서 두 영역이 서로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2026학년도 1학기부터는 교과목 명칭을 ‘창업, Omnibus Omnia with LLM’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LLM(Large Language Model)’은 ‘대규모 언어모델’을 뜻한다. 학생들은 새 학기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구조화된 철학적 대화를 진행함으로써 창업 과정에서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탐구하게 된다.
“이 학습법의 핵심은 학생들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대규모 언어모델의 답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서로 비교하고 습득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동료의 질문 방식과 대규모 언어모델의 답변을 비교하면서 효과적인 질문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합니다. 더 중요한 점은 학습자가 스스로 선정한 후속 질문을 통해 학습에 대한 집중도와 주도성을 갖추게 되면서 깊이 있는 학습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창업, Omnibus Omnia with LLM’ 교과목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가톨릭 사회교리가 강조하는 가치 체계가 인간 중심 창업 철학의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사회교리가 전통적으로 강조하는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 인간 존엄성 원리가 사람에게서 시작해 사람에게로 되돌아온다는 자신의 창업 철학과 깊이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공동선과 연대성 원리는 창업 교육에서 흔히 간과돼 온 가치입니다. 공동선을 위한 투신, 타인의 선익을 위한 헌신, 더 나아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요청하신 피조물에 대한 돌봄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정신에 연결됩니다.”
서 교수는 새 학기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무엇보다 창업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진정한 창업가는 자신의 이익 추구를 넘어 고객과 직원, 지역사회, 환경 그리고 인류 전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