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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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조세이 탄광 수몰자 귀향길 연 시민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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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마루나미 해안에서 1km 떨어진 조세이(長生) 해저 탄광. 바다 위로 솟아오른 환풍구 ‘피야(備矢)’가 세워져 있다. 지난해 11월 이곳을 방문한 한일 주교들이 바다에 던진 해바라기 꽃이 떠내려가고 있다.


1942년 2월 3일, 차가운 겨울 바다가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마루나미 해안에서 1㎞ 떨어진 조세이(長生) 해저 탄광. 태평양 전쟁 시기, 일제가 석탄 보급을 위해 무리하게 채굴을 강행하던 이곳에서 갱도 붕괴 사고가 났다. 바닷물에 노동자 183명이 수몰됐고, 그중 136명은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었다. 탄광 회사는 사고를 은폐했고, 일본 정부는 유해 수습을 외면했다.

83년의 세월 동안 바다 위로 솟아오른 환풍구 ‘피야(備矢)’만이 말 없는 묘비가 되어 현장을 지켰다. 국가가 포기한 진실을 건져 올린 건 시민들이었다.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 갱도 입구를 발견했고, 모금 활동과 잠수 조사와 유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해저 갱도로 직접 뛰어든 이들은 한국인 잠수사들이었다. 비극을 기억하고 유해 수색에 몸을 던진 주체는 시민의 연대였다.

지난해 11월, 한일 주교단은 이 바다를 찾아 ‘고향의 봄’을 부르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한국 주교단은 유해 발굴과 반환을 위해 약 1억 원을 일본 시민단체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간절함이 모여 최근 역사적인 진전이 이뤄졌다. 한일 양국 정상이 조세이 탄광 희생자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 추진에 합의한 것이다. 잠수 조사 이후 신원 확인의 벽에 부딪혀 있던 유해 수색 작업이 국가적 추진력을 얻게 됐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마주 서야 한다. 대화하고 함께할 길을 모색할 때 평화는 시작된다. 조세이 탄광은 이제 가해와 피해의 상징을 넘어 화해로 나아가야 한다. 남은 과제는 ‘의미 있는 진전’이 후퇴하지 않도록 실무적인 협력을 속도감 있게 이어가는 일이다. 바다에 잠든 넋들이 따뜻한 봄볕 아래 고향 땅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교회와 사회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아니, 그 무엇보다 시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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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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