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종교계는 지난 26일 정부가 발표한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2기 건설 강행을 규탄했다. 이에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폐기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42개 시민사회 종교 환경단체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27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 안전과 환경 보전 책무를 외면하고 핵발전 강행을 주도한 책임자인 김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며 “이전 정부의 과오를 답습한 제11차 전기본 폐기와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제12차 전기본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핵을 약속했던 정부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 여론조사를 근거로 신규 원전 건설을 강행하려 했다고 주장이 나왔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탈핵을 염원했던 시민에 대한 배신이자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박항주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과정은 최소 몇 달간 치열하게 토론이라도 했다”면서도 “이번에는 ‘에너지믹스 정책 토론회’를 한 번 열고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한 번한 뒤 일주일 만에 결론을 냈다”고 일갈했다. 박 위원은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민사회계는 정부가 △수요와 공급의 시차 불일치 및 지역 불평등 △전력망 경직성 문제 △송전선로 건설 가부 △핵폐기물 대책 부재 △원전 밀집 위험성 등에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용인 반도체 산단 전력 수요는 당장 발생하는데 원전 완공까지 15년 이상 소요된다. 수도권에 전기가 필요하다면 왜 수도권에 짓지 못하는가”라며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시대에 출력 조절이 힘든 원전이 공존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밀양 사태 이후 고압 송전선로 건설은 전국 각지에서 반대하고 있다”면서 “핵발전소 확대로 늘어나는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원전 2기 건설은 영남권에 치중돼 있는데, 부산과 울진 등 동해안에만 26기 이상 밀집으로 다수 호기 동시 사고 발생 시 피난 대책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그간 탈원전 정책을 지지해왔던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26일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으로의 전력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든 만큼 안정적 전력 수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결정으로 신규 원전 2기가 건설되면 가동 중단된 원전을 포함해 34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경북 경주·영덕·울진, 울산 울주 등 4곳이 원전 유치 희망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