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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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 다시 쓰는 가족] 구일기도를 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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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주변에선 온통 언제 아이가 생길지 관심을 가졌습니다. 아이 생각을 하니, 클라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이가 자신을 닮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클라라는 자신의 아이가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은 클라라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가왔습니다. 난생처음 엄마 소피아의 마음을 짐작해 보았습니다. 가난한 살림살이와 불길한 태몽 때문에 임신 중지를 결심했던 젊은 날의 소피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민하던 중 클라라에게 아이가 생겼고, 클라라는 곧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아이가 엄마를 얼마나 닮을지, 엄마를 닮을 수밖에 없다면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물었습니다. 태아가 아들이면 50퍼센트, 딸이라면 25퍼센트 확률로 엄마의 유전적 특성을 닮는다는 교과서적인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방법이라면, 임신 주수별로 다양하게 산전기형아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야.”


“너를 닮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더 멋져지겠어?”


아우구스티노는 아름다운 말들로 클라라를 격려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임신 전 과정과 출산은 오로지 여성인 클라라의 몫이었고 아우구스티노가 대신할 순 없었습니다. 시어머니 소화 데레사로부터 선물 받은 구일기도 책을 꺼냈습니다. 구일기도란 개인이나 공동체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기 위해 9일 동안 계속해서 드리는 기도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7일간 청원기도를 하고 27일간 감사기도를 하는 총 54일간의 기도입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매일 저녁 클라라와 아우구스티노가 함께 구일기도를 바치기로 했습니다.


클라라의 첫 기도지향은 건강한 아기였습니다. 그러나 뱃속 아기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자 그와 동시에 세상의 모든 건강하지 않은 아기들이 떠올랐습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을 만드신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기도지향을 바꾸었습니다.


어떤 아이를 주시더라도 좋은 엄마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생각하자 그와 동시에 세상의 모든 어쩔 수 없이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 많은 여성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에겐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고 클라라는 그들을 이해했기에 또 다시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기도지향을 정하지 못한 채로 매일 저녁 구일기도를 바쳤습니다. 기도하는 날들이 쌓일수록 건강한 아이와 건강하지 않은 아이, 좋은 엄마와 좋지 않은 엄마에 대한 이분법적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누구도 신과 같이 온전히 완벽할 순 없으니,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고민은 한 가지 생각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창조주 하느님은 그의 피조물 전부를 아끼신다, 주신대로 받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조화롭고 아름답게 살겠다고 말입니다.



글 _ 김정은 클라라(가족인문학연구소 공동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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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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