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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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하루는?…공동생활 안에서 하느님 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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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내어놓은 이들이 있다. 교회는 이들을 ‘축성 생활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축성 생활자들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카리스마와 사도직에 따라 다양한 활동, 사명을 실현하며 살아간다. 그중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레오 14세 교황의 출신 수도회로 알려지며, 최근 국내에서 더 주목받기도 했다. 수도회 한국지부 의정부분원인 경기도 연천 ‘착한 의견의 성모 수도원’(이하 연천 수도원)은 지부의 3개 수도원 중 도심에서 가장 떨어진 최북단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2월 2일, 주님께 자신을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축성 생활의 날’을 맞아, 8명의 수도자가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하며 생활하는 연천 수도원의 하루를 소개한다.



눈 치우고 청소하고… “피정 오는 교우 위해 봉사해요”


1월 21일 연천 수도원의 이른 아침. 영하 17도의 혹한을 뚫고 짙은 갈색의 수도복을 입은 수사들이 6시30분 봉헌되는 아침 미사를 위해 수도원 성당으로 향한다. 수도복의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새벽 성당의 고요를 깨운다. 수도원과 이웃한 교우들과 인근 수녀회 수도자들도 미사를 위해 수도원을 찾았다. 수사들의 일과는 교우들과 함께하는 아침 미사로 시작된다.


미사 중 눈에 띄는 건 성당 제대 뒤 <착한 의견의 성모 성화>다. 15세기경 수도회가 관리하던 로마 외곽 제나차노성당에 기적처럼 나타난 벽화로, 그 뒤로 수도회 회원들이 줄곧 공경해 오고 있다.


미사 후 신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수사들은 성당에 남아 아침 성무일도를 바친다. 한겨울 아침 해가 서서히 성당 안을 비추는 동안 수도자들의 노래가 성당에 울려 퍼진다. “어서 와 하느님께 노래부르세. 구원의 바위 앞에 목청 돋우세.”(시편 95,1 참조)


기도 외에 수도자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다름 아닌 ‘청소’다. 연천 수도원은 피정의 집을 운영하는데, 피정객 맞이를 위해 700평 부지의 수도원을 8명의 수사가 전부 관리하니 그럴 법하다. 교우들이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환경에서 쉬며 기도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더욱 꼼꼼하게 확인한다.


하늘나라에 간 교우들을 모신 봉안당 관리도 수도자들의 몫이다. 수도자들은 비록 고인의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유골함마다 가족들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과 꽃을 보며 기도 속에 정성을 기울인다.


봉안당을 관리하는 이성호(안티모) 수사는 “세상을 떠난 교우들을 생각하며 봉안당에 들어오면 일에 앞서 잠시 묵상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수사는 봉안당에 가족을 안치하기를 원하는 유족들의 신청을 받고, 연장을 원하면 재계약하는 등 사무적인 일들도 처리한다.


“계절에 따라 습도 조절도 신경 써야 하고, 겨울에는 난방도 항상 틀어 놓는답니다.”




성인 말씀 따르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


“너희가 하나로 모여 있는 첫째 목적은 한집안에서 화목하게 살며, 하느님 안에서 한마음 한뜻이 되는 것이다.”(성 아우구스티노의 규칙서 Ⅰ,2)


낮 기도 후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수사들은 오전보다는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을 맞는다. 못다 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시간을 내 묵주 동산을 산책하거나, 동료 수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수도자들이 매일 수도원에서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필리핀 출신 구대희(데니스) 신부와 노태평(파치피코) 신부는 의정부교구 내 이주민들을 돌보기 위해 외부 활동을 겸하고 있다. 


각자가 맡은 다양한 역할 속에서도 수도회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공동체’다. 분원장 김창호(요한 세례자) 신부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영성은 한마디로 ‘한마음 한뜻(Anima Una et Cor Unum)’인데, 기도하거나 일할 때도, 휴식을 취할 때도 공동체로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음 한뜻은 먼저 자기 자신과의 일치 그리고 이웃과의 일치, 형제들과의 일치, 더 나아가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수도회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의 사목표어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In Illo Uno Unum)’도 이 영성을 따른 것이다.


“사소한 거라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 그리스도 안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저희의 영성이에요. 밖에 나갈 때도 되도록 둘 이상이 함께 나가죠.”




“하루의 끝, 형제 수사의 마음속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후 5시30분 저녁기도를 봉헌하고 식사까지 마친 수도자들이 강당에 모여 끝기도를 바친다. 끝기도 독서 때 봉독하는 수도회 규칙서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하느님께 봉헌한다. 수사들은 서로를 마주 보고 기도한다. 이는 건너편 사람의 마음속 예수님을 바라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도와 관상, 노동 그리고 다시 기도. 아우구스띠노 수도자들의 하루는 이렇게 요약된다. 최재용(마르코) 수사는 “세상은 기계가 인간이 하던 일을 많이 대체했지만, 우리 수도회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형제들이 함께 서로의 힘을 빌려 해결해 나간다”며 “물론 우리의 일이 고될 때도 있지만, 우리 자신을 위해 하는 게 아니므로 항상 스스로 노동의 의미를 찾고, 교회가 말하는 노동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새긴다”고 말한다.


이성호 수사는 “수도회의 오랜 역사 안에서 많은 선배 수사님이 닦아놓은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혼자가 아니라 공동생활 안에서 함께 하느님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전했다.


끝기도 노랫소리가 멎고, 수도원은 아침미사 직전 새벽 공기처럼 다시 고요해진다.




■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1244년 설립됐다. 1985년 한국에 진출해 현재 인천 정동 수도원과 강화 수도원, 경기도 연천 수도원 등 세 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수도회 한국지부에서 활동하는 20여 명의 수도자들은 기도와 관상뿐 아니라 본당과 병원 사목, 피정의 집 운영, 청소년 그룹홈 ‘너랑나랑의 집’ 운영 등을 통해 사회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수도회 총장 재임 시절 총 다섯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연천 수도원에는 당시 교황이 입었던 제의가 성당 입구에, 피정의 집 강당에는 교황의 주케토가 전시돼 있다. 이 주케토는 한국지부 수도자들과 신자들이 2025년 7월 로마 카스텔 간돌포에서 교황을 만났을 당시 교황이 썼던 것이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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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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