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으러 오는 이들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놀라움이자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 안나의집 봉사 경험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Trieste)에서 심리 상담사로 일하는 라파엘라 스비사(Raffaella Sbis?·56) 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약 4주간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 노숙인 급식소에서 봉사했다.
2024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 방문인 그에게 이번 방한의 주된 목적은 ‘봉사’였다.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한 뒤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빈첸시오) 신부에게 연락했고, 봉사자로 함께할 수 있었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과성 허혈 발작을 겪은 뒤 언어 기능에 이상이 생겨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는 언어 치료의 일환으로 의미 없는 문장을 반복해 외우는 훈련을 권했다.
그 전환점은 뜻밖에도 한국 음악이었다. 우연히 들은 노래에서 마음과 머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듯한 변화를 느꼈고, 이후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인들과 교류하면서 한국 문화와 음식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2024년 4월 처음 한국을 찾았을 당시, 그는 서울의 한 무료 급식소 앞에서 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을 보게 됐다.
“이탈리아에서도 알코올·약물 중독자들의 자활 프로그램을 돕는 등 오랫동안 봉사를 해왔지만, 그 장면은 제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다음에 한국에 오면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라파엘라 씨는 안나의집 첫인상에 대해 “노숙인들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는 분위기”를 꼽으며, “모든 과정이 매우 체계적인 점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은 한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식사 중 남은 음식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려던 할머니에게 한 봉사자가 다가가 조용히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넸던 순간이다.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음에도, 할머니의 처지와 마음에 다가가는 봉사자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났습니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물질적 결핍보다 사회로부터의 단절과 외면, 소외가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을 느꼈다”며 “봉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회 안에서 져야 할 책임임을 거듭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라파엘라 씨는 조만간 다시 한국을 찾을 계획이라며, “다음에도 의미 있는 봉사 현장에서 한국인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