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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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청장년과 한 끼 나누는 특별한 식당 ‘같이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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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구월동의 한 영화관 식당가. 북적이는 음식점 사이, 아담한 식당 하나가 시선을 끈다. 다른 가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입구에 적힌 문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 호텔 요리사 출신 임영준 신부(베드로·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가 35세에서 50세 사이 청장년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대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온기를 전하는 작은 밥집 ‘같이 한끼’다.



식당가 가장 아늑한 공간… “당신만을 위한 한 끼”


“자~ 오늘의 요리, 스키야키 나왔습니다!”


임 신부의 오늘 메뉴는 일본식 샤브샤브인 스키야키와 본즈 소스를 곁들인 스파이시 치킨샐러드. 정성스럽게 손질한 대파, 표고버섯, 곤약, 두부, 고기를 냄비에 올리고 간장 베이스 육수를 더하면, 짭짤하면서도 깊은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날씨가 추운 1월에 어울리는, 따뜻하게 먹을 만하면서도 간단한 음식”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채소 등 재료들은 대형 마트에서 구하기도 하지만, 주로 수도회 피정의 집에서 직접 일손을 돕고 얻어온다. 작년에는 ‘오픈 이벤트’로 손님들에게 소고기 스테이크 코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2주에 한 번씩 메뉴를 바꿔요.” 메뉴 구상도 요리도, 임 신부 혼자서 묵묵히 해낸다.


좁은 줄로만 알았던 조리대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임 신부가 가지런히 정리한 조미료들과 요리 도구들이 곳곳에 보인다. 다른 식당과 차별점이 있다면 손님들과 대화를 위해 외부에서 잘 안 보이도록 설치한 커튼이다. 커튼을 내리면 주변 소음이 줄어들며 오직 ‘같이 한끼’를 찾아온 손님만을 위한 아늑한 식사 공간이 만들어진다. 임 신부를 포함해 두 명, 많으면 세 명까지 앉을 수 있다. 작은 테이블에는 방문객들의 글귀가 담긴 방명록도 놓여 있다.


‘같이 한끼’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인천 부평동 한국 순교 복자 수녀원에서 상주 사제로 지내는 임 신부는 예약이 있는 날마다 이곳을 찾아 요리하고 손님을 맞는다.






“음식은 대화를 이끌어주는 매개체”


“직장을 구하고 있는 취준생, 타지에서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주변에 지인이 없는 외로운 청년 등 정말 다양한 손님들이 와요.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이 너무 오랜만이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가 이 식당을 열게 된 데는 인천이라는 지역의 특수성도 작용했다. “이 동네는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지내는 청장년들이 많아요. 일은 해도, 퇴근하면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내죠.” 그 고독한 저녁을 따뜻한 식사 한 끼가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음식을 나누다 보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는 “사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하기가 쉽지 않은데, 음식은 누구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 주는 좋은 재료”라고 말했다.


2025년 11월 8일 문을 연 후 두 달여. 40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짧은 대화 한 줄이, 조용한 공감이 임 신부의 마음속에도 깊은 자취를 남긴다. “밥을 차려주자, 누군가에게 밥을 받아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며 음식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고 말하더군요.”


식당의 ‘밥값’은 돈이 아니다. 테이블에는 작은 안내문이 놓여 있다. ‘나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하기’, ‘가족에게 안부 문자 보내기’, ‘누군가에게 응원의 메시지 보내기’ ….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소박한 10가지 선행이다. 임 신부는 말한다. “작은 행동이, 다시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어둠을 지나…요리사에서 신부로


‘같이 한끼’의 시작에는 임 신부 자신의 삶의 전환점도 있다. 수도회 입회 전, 그는 10년 넘게 양식과 일식 요리사로 일했다. 그러나 해외 유학 중 건강 문제로 인해 요리사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귀국 후 몇 년간 깊은 좌절 속에 있었다. 


“동굴 같은 어둠이었어요. 그러다 문득 학생 시절 잠시 품었던 성소를 다시 떠올리게 됐고 수도회에 입회했습니다.”


그렇게 들어선 수도자의 길. 요리를 통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지금의 활동은, 그의 삶이 걸어온 길과도 꼭 맞닿아 있다. 수도회도 이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받아들였고, ‘같이 한끼’는 그렇게 문을 열었다.


‘같이 한끼’는 현재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SNS와 이메일 등으로 한 끼를 풍족히 나눌 이들의 예약을 받고 있다. 임 신부는 “비록 음식값을 받지 않는 비영리 시설이지만 다른 예약 플랫폼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식당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많은 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같이 한끼’는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 하는 청장년들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에요.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삶에 기쁨이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 같이 한끼 


 - 주소: 인천시 남동구 예술로 198 SEE&SEE 빌딩 2층


 - 카카오톡 아이디: meal4u 


 - 인스타그램: @meal4u.bmc 


 - 이메일: meal4u.kakao.com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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