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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복음살이] 2026년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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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110만 명에 달하며, 여기에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미등록 이주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15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대중의 시선은 물론, 이주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제도와 행정조차 그들을 단지 ‘값싼 노동력’으로 보는 현실이 문제로 지적된다. 2026년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짚어본다.



유학생 노동자도, 공장 노동자도 불안한 지위 여전


2025년 10월, 대구의 한 공단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베트남 출신 뚜안 씨가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중 추락해 숨졌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유학생이었다. 그해 2월에는 전남 나주의 한 벽돌 공장에서 31세 스리랑카인 노동자가 한국인 동료들에게 지게차에 결박당한 채 끌려다니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최근의 이 두 사건은 서로 양상이 다르지만, 한국에 사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의지할 곳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뚜안 씨 사망사고는 국내에 유학 온 외국인이 등록금을 벌려고 해도 합법적으로 취업할 곳이 극히 제한적임을 알렸고, 정부가 ‘약자 중의 약자’인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토끼몰이식 단속을 하며 과도한 압박과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을 일게 했다. 벽돌 공장 사건은 인권유린을 당하는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와 같은 제도에 발 묶여 인권유린을 당해도 자유롭게 신고하거나 사업장을 떠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지난해 7월 24일 일명 벽돌 공장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 외에도) 영암군 돼지 축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팔 출신 청년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행과 괴롭힘 사건,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부당해고 사건 등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이 반인권적 처사, 반노동적 행태에 고통받는 모습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더 심한 부당대우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4월과 9월, 외국인을 고용한 취약 사업장 196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폭행·차별적 대우·장시간 노동·휴게 및 휴일 미부여 등 총 846건의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인식은 사업주의 잦은 임금체불로도 이어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3년 발표한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실태 및 구제를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피해 비율은 내국인 노동자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는 3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 이보람 이주인권팀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근절대책 토론회’에서 “위원회가 임금체불 피해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은 사업장일수록, 한국어를 잘 못 하는 노동자일수록 체불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나왔다”며 “특히 미등록인 경우 체불 경험이 더 높았다”고 전했다. ‘외국인’ 그리고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임금체불 위험에 더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대하는 교회, 제도 개선 목소리도 높아져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해 9월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공동체들은 희망의 생생한 증거이며, 이는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지닌 존엄성을 인정받는다는 약속이 이뤄지리라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교회는 인간 존엄성에 기초해 이주민, 이주노동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한다. 이주민과 국민 모두 한 인간으로서 동등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이웃살이’는 2025년 12월 24일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봉헌했다. 단속을 피하다 추락사한 뚜안 씨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예수회 사제들은 이 미사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존중받지 못하고 법과 제도 앞에서 늘 불안정한 이들’을 향한다며 유가족과 이주민들을 위로했다.


한국 교회는 매년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행사를 지내며, 이주민을 단지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한 형제요 자매’로 바라보는 신앙적 시선을 확산시키고 있다. 전국 교구의 이주사목 유관 단체들은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상담실을 운영하며, 임금체불과 사업장 이동, 산재 사고, 강제 출국 등에 관한 법률 상담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몇몇 교구는 본당을 중심으로 한국인 신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며 ‘공동체 교회’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장벽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고립될 수밖에 없다. 사업장 변경을 노동자의 자유가 아닌 허가제로 제한하는 현행 고용허가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는 최소한의 인권 보호조차 보장하지 않는 행정 관행 등은 구조적 개선 없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교회의 바람대로, 이주노동자들이 존엄한 존재로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함께,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같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말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제도 안에서도 실현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뷰] ‘김포이웃살이’ 담당 김주찬 신부, “도구가 아닌 사람…인간다운 생활 보장해야”
”함께 지내던 한 필리핀 출신 청년이 어느 날 일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었어요. 고향의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중에는 ‘난 괜찮다. 하느님 안에서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더군요.“ 김주찬 신부(알베르토·예수회)는 2021년부터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이웃살이를 담당하며 낯선 땅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해 오고 있다. 김 신부는 “그간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이주노동자 40여 명이 사업자로부터 밀린 임금을 받도록 도왔는데, 그 금액이 3억 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김 신부는 국내 환경과 제도가 모두 이주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애초에 임금체불 등에 취약한 하도급 업체에서 주로 일하는 데다 각종 불이익을 당해도 고용허가제 때문에 사업장 이동이 쉽지 않고, 퇴사 후 3개월 이내에 이직하지 않으면 미등록 이주민이 돼버린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이 한국에서 어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며 “한국인들도 국내 법률들을 어려워하는데, 이주노동자가 모국어가 아닌 법 내용을 알 턱이 없다”고 했다. 김포이웃살이는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2023년부터 지금까지 총 6개 국어로 번역한 국내 노동법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김 신부는 “외국인들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며 “한국인이 가기를 꺼리는 공장, 제조업 등 일명 3D 업종에 인력이 부족하다며 이주노동자들을 데려와 놓고 정작 인간다운 대우를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오해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심지어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분 중에도 더러 있다”면서 “외국인이 국내 일자리를 뺏는다면 왜 국가가 정책까지 만들어가며 이주노동자를 받고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 신부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제도와 인식의 점진적인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고의·상습적인 임금체불을 ‘절도죄’로 다루는 정책 제안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법과 제도라는 게 한 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조금씩 개선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것 자체가 교회가 중요시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인간을 국민이 아니라고 해서 인격체가 아니라 도구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지향하는 것은 결국 ‘인간성(humanity)’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 강생의 신비도 인간이 얼마나 존엄한가를 보여주는 것이죠. 이주노동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다르지 않습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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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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