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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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돼지갈비와 팝업스토어

이준태 엘리야(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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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는 서울 성수동을 돼지갈비 굽는 매캐한 냄새와 제화·시멘트 공장으로 기억한다. 여전히 붉은 벽돌과 투박한 숯불 연기가 가득하지만 중장년층과 힙스터들이 뒤섞여 갈비를 먹고자 줄을 선다. 하지만 바로 옆 골목은 딴 세상이다. 명품 브랜드 디올의 통유리 건물이 들어섰고,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입점했다. 매주 바뀌는 ‘팝업스토어’ 앞은 인생샷을 찍으려는 Z세대로 언제나 문전성시다.

두 이미지는 언뜻 보기에 부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이 부조화의 공존은 성수동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힙(hip, 세련된)’한 동네로 만들었다. 성수동은 ‘뉴트로’(Newtro, New+Retro, 신(新)복고)의 성지가 됐다.

최근 취재한 버추얼 유튜버 레옹 신부의 모습에서 성수동이 겹쳐 보였다. 2000년 역사를 지닌 교회는 이제 디지털 가상 공간에서 버튜버 사제가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로만 칼라를 입은 아바타 사제는 신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엄숙한 강론보다 유쾌한 ‘썰’을 풀어낸다. 불교 버튜버 불법스님과의 합동방송을 진행하며 종교 간 벽도 넘나든다. 화제를 불러모아 벌써 구독자 1만 명을 넘겼다.

어떤 이들은 “교회가 가벼워지는 것 아니냐, 세속화되는 것이냐”고 묻는다. 마치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지역의 고급화 개발)을 걱정하는 듯 말이다. 하지만 성수동에 팝업스토어가 열려도 붉은 벽돌 건물과 낡은 골목들이 그대로인 것처럼, 교회 역시 레옹 신부라는 팝업스토어를 열어 젊은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교회로 초대하는 것이다. 교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레옹 신부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많은 이들이 교회를 체험하게 하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버튜버는 교회에 친숙하지 않은 이들을 초대하는 수단이지 복음을 전하는 본질인 알맹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교회의 사목은 혹자들의 ‘세속화 우려’를 고민하기보다 시대 문물과의 공존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성수동의 성공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특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교회는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교회 본질은 지키되, 때로는 ‘디지털 제대’까지 품는 유연함, 그것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사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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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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