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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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거리에서 만나는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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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본오동본당 빈첸시오회는 25년째 매주 목요일마다 노숙인 돌봄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 명의 노숙인과 맺는 인연은 길어야 몇 년 남짓. 대부분 지병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조용히 하늘나라로 떠난다. 그래서 목요일의 만남은 언제나 기쁨과 함께 이별의 무게를 안고 시작된다.

아침 8시 30분, 성당 6층 식당으로 봉사자들이 모여든다. 세 명으로 시작한 무료 급식 봉사는 한때 33명의 봉사자가 함께하기도 했다. 더 많은 이가 이 자리에 동참하기를 기도한다.

무료 급식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선다. 오랜 봉사의 시간은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2020년 여름, 차인순(46)·이길성(41)씨 부부가 휴가를 맞아 인사를 전하러 찾아왔다. 2년 전 노숙 생활을 정리하고 경기 화성의 한 필터 공장에 취업해 새 삶을 사는 이들이다. 이들은 건강이 회복된 노숙인 형제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싶어 자신들이 일하는 공장을 직접 알리러 왔다고 했다. 거리에서 피어난 희망의 증언이었다.

세속의 눈으로 노숙인은 쉽게 ‘쓸모없음’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얼굴들은 결코 그렇게 설명되지 않는다. 상처와 고통, 외로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와 존엄이 살아 있다. 봉사는 그 존엄을 확인하는 자리이자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시간이다.

빈첸시오 아 바오로 성인은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의 주인이요, 우리의 왕입니다.” 가난은 물질의 결핍만이 아니다. 병들고 외롭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상태 그 자체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만나고, 위로와 힘이 되는 인격적 만남이 빈첸시오 정신의 중심이다.

노숙인을 섬기는 일은 세상을 단번에 바꾸는 성과를 약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이 우리를 통해 이웃에게 전해질 때 놀랍게도 먼저 변화되는 이는 우리 자신이다. 거리에서의 한 끼, 짧은 안부, 다시 살아가려는 작은 결심 앞에서 신앙은 말이 아니라 삶이 된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거리에서 예수님을 만나며 신앙의 성숙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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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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