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평협 첫 여성 회장 조정실(소피아)씨
10여 년 전 뇌출혈로 정신 잃고 쓰러져 수술 후 신앙 다짐
숨은 일꾼 찾아내는 밝은 눈·경청의 자세 지닌 온화한 리더
의정부교구 첫 여성 평협회장 조정실씨가 교구청 앞마당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평협)에 첫 여성 회장이 탄생했다. 전국 교구 평협 차원에서 여성이 평협 회장을 맡은 건 의정부교구가 처음이다. 조정실(소피아, 66, 마두동본당)씨는 1월 31일자로 의정부교구 87개 본당 평신도를 대표하는 평협 회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년이다. 공식 취임을 앞두고 의정부교구청에서 만난 조 신임회장은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겠다”며 “교회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 회장은 2015년 본당 노인대학 교사로 활동하며 봉사를 시작했다. 딸 셋에 아들 하나를 키운 그는 “아이 넷을 키우느라 성당 활동을 잘 못했는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 봉사 기회가 주어졌다”고 했다. 이후 반장·구역장·여성총구역장·총회장을 지냈고 지구대표도 맡았다. 레지오 마리애 활동과 성체분배 봉사도 겸했다. 그는 자리가 주어질 때마다 “부족한 제게 맡겨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는 교구 평협 회장이라는 중책 앞에 고민이 깊었다. 본당 총회장직을 제안받았을 때도 감당하기 너무 큰 자리라 여겨 여러 번 고사했다.
“평협 회장이라뇨.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죠. 며칠 고민했어요. 그러다 하느님과 한 약속이 생각났어요. ‘내가 살아나면 하느님께서 일을 주시는 대로 받겠다’고 했거든요. 하느님과 약속했는데 별수 있나요.(웃음) 대신 일은 하느님께 다 맡길 테니 책임져 달라고 기도했죠.”
조 회장은 10여 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았다. 쓰러지고 병실에서 깨어날 때까지 일주일간은 여전히 기억에 없다. 당시 입원실 창문 너머로 서울 가톨릭대 신학대 건물이 보였다. 신학교를 바라보며 ‘다시 살아나면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 닿는대로 당신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성당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거나 크게 힘든 적은 없었다”면서 “사실 제대로 할 줄 아는 일이 없다 보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조 회장은 숨은 일꾼을 찾아내는 밝은 눈과 본당 사목자와 신자들에게 항상 묻고 듣는 경청의 귀를 지녔다. 본당 총회장을 할 땐 주변에서 “어쩜 그렇게 사람을 잘 찾아서 적재적소에 쓰느냐”는 말을 들었다. 늘 웃는 얼굴로 온화한 리더십의 모범을 보였지만 그는 늘 “제가 부족하고 뭘 몰라서 그렇다”고 자신을 낮췄다. 조 회장은 “다시 얻은 삶이라 하루하루가 감사해 잘 웃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임기 중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열린다. 그는 “코로나19 이후로 본당에 신자가 많이 줄었고, 특히 청년들이 떠나간 것을 실감한다”면서 “이 대회를 통해 청년들이 다시 신앙의 품으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대회도 잘 준비를 해야겠죠. 우리 의정부교구는 작지만 강한 교구라 생각합니다. 본당·지구·교구 평협이 잘 연결돼 있고요. 제가 무엇을 한다기보다 모두와 함께 발맞춰 걸어가야겠지요. 교구장 주교님을 비롯해 신부님들 그리고 평협 임원과 신자들을 도와 교구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