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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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분노하던 소녀, 정직한 기업의 ‘시스템 조력자’가 되다

[모두를 위한 경제를 부탁해] (6) 김정윤 세무회계와 EoC 3040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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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윤 세무사는 자신의 사무실을 ‘작은 EoC 공동체’로 만드는 게 꿈이다.

기업인 세무조사 고충 듣고 소명 발견
소상공인 고객들에게 세금 신고부터
4대 보험·근로기준법·지원금 등 안내

매출 5 하느님 사업 위해 따로 관리
1인 기업 넘어 ‘작은 EoC 공동체’ 꿈꿔






‘하느님이 사랑이라면 왜 세상에는 굶주리는 아이들이 있고, 부익부 빈익빈은 갈수록 심해질까?’

세상의 불공평함에 분노하던 사춘기 소녀가 있었다. 수학에 재능이 있어 과학자를 꿈꿨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뜨거운 갈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교 시절 마주한 전쟁과 기아의 참상은 그에게 “하느님이 사랑이라면 왜 세상에는 굶주리는 아이들이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무한 경쟁 속 승리에 회의를 느끼며 “세상이 썩었다”던 소녀는 절망의 끝에서 새로운 답을 찾았다.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도구가 되겠다는 숭고한 포부였다. 2024년 7월 서울 서초동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정윤세무회계’를 개업한 김정윤(로사, 38) 세무사 이야기다.

수학과 출신인 그가 세무의 세계로 뛰어든 결정적 계기는 2015년 필리핀 타가이타이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경제(EoC)’ 25주년 행사였다. 그곳에서 한 기업인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들으며 자신의 소명을 발견했다.

“정직하게 경영하려 해도 복잡한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해 고통받는 기업인, 소상공인들을 보며 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새로운 기업을 창업할 아이디어는 없었지만 선한 뜻을 가진 기업들이 올바로 성장하도록 시스템적인 조력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후 2018년 로마에서 열린 ‘예언적 경제(Prophetic Economy)’ 포럼은 그의 결심을 굳건히 했다. 세무사 2차 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참석했던 그곳에서 그는 기업 경영의 리스크를 관리해줄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귀국 날 낙방 소식을 들었지만 그는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확신으로 다시 일어섰고, 이듬해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EoC 3040’ 모임은 ‘모두를 위한 경제’(EoC)의 정신을 삶과 일터의 현장에서 실천하려는 직장인, 기업인, 연구인 등 젊은 세대들의 모임이다. 서은덕씨 제공


합격만 하면 탄탄대로, 장밋빛일 줄 알았지만 현실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수학과 출신으로 정답이 명확하지 않은 세무의 세계가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특히 사업비용과 사적 비용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으니까요.”

노골적으로 탈세를 요구하거나 부당한 비용 처리를 부탁하는 납세자들을 만날 때는 당황스러웠다. “신앙이 없었다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겠죠. 어쩌면 탈세를 적극적으로 도왔을 수도 있겠지요.(웃음) 하지만 당장 매출이 조금 적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직하게 세액공제 방안을 찾아주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고객 대부분은 사업을 막 시작한 소상공인이다. 그는 단순한 세금 신고를 넘어 4대 보험·근로기준법·각종 지원금 안내까지 세심히 챙긴다. “세무사는 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만나는 전문가입니다. 큰 기업은 법률 자문이 수월하지만, 소상공인들은 홀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이분들이 사업의 물꼬를 잘 터서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상속세 분쟁이나 세무조사로 위기에 처했던 소상공인들이 그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뒤 “내 일처럼 신경써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때 그는 보람을 느낀다.

개업 5년 차지만 여전히 1인 기업이다. 그는 “당당한 EoC 기업”이라 부르기엔 부족하다고 말한다. 다만 EoC 기업을 양성하는 TF팀, EoC 3040 독서모임, 서울시 마을세무사 봉사활동 등을 통해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하느님 사업을 위해 매출의 5를 따로 떼어 둔다.

그의 꿈은 자신의 사무실을 ‘작은 EoC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육아를 병행하며 단시간 근로를 할 수 있는 일자리, 청년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 업계가 흔히 직원을 쥐어짜야 대표가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고들 해요. 하지만 저는 조금 덜 가져가더라도 직원들과 행복하게 커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믿는 ‘모두를 위한 경제’의 시작이니까요.”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경쟁 대신 존중 꿈꾸는 EoC 청년들, 책 모임으로 연대 강화

‘EoC 3040’ 모임 결성 계기와 활동

“우리는 얼마나 ‘제로섬’이라는 언어에 갇혀 있을까? 경쟁과 시기심이 기본값이 된 문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을까?”

모니터 화면 속으로 10여 명의 젊은이가 매달 모인다. ‘모두를 위한 경제’(EoC)의 정신을 삶과 일터의 현장에서 실천하려는 직장인, 기업인, 연구인들의 모임이다. ‘EoC 3040’ 모임은 지난 2023년 여름, 포콜라레 운동이 경주에서 개최한 마리아폴리(2박 3일 프로그램)에서 성심당 임선(젬마) 이사, 린노알미늄 이나라(베로니카) 경영기획실장, 서은덕(미카엘라) 문화기획자가 EoC 청년 회원으로 사례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음 세대의 양성과 친교를 위해 결성됐다. 이들은 7개월간 이탈리아 학자 루이지노 부르니 교수의 저서 「숲과 나무」(인간적 경제를 위한 10가지 이야기)를 함께 읽으며,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정신을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해왔다. 부르니 교수는 ‘모두를 위한 경제’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이날 모임은 근황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사회적 기업 ‘쿡인페이퍼’에서 마케팅과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한윤진씨는 새로운 주방기기 출시를 앞둔 고군분투기를 전했다. 성심당 구매자재본부에서 2년째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윤영중(대전교구 노동사목 전담) 신부는 분주한 일상을 공유하며 “노동자로 살며 사람들 속에 함께하고 싶었던 초심을 되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인구정책 부서에서 일하는 임지혜 주무관은 돌을 맞이한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생명과 돌봄의 가치를 나눴다.

이번 달 발제를 맡은 서태원씨는 책 내용 중 ‘시기심과 존중’에 주목했다. 반려동물 유전자 검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서씨는 “바이오 스타트업계에서 경쟁사를 보며 시기심이 들 때가 있다”고 고백하며 “경쟁과 시기심이 기본값인 문화 속에서 EoC가 제안하는 ‘존중’을 어떻게 실현하고, 제로섬 게임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물음을 던졌다.

이에 김환주씨는 “타자와 경쟁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모두를 위한 경제’를 실천하는) 성심당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곳이라야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회적 편견을 EoC가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윤영중 신부는 ‘존중’의 의미를 되새겼다. 윤 신부는 “예수님이 사람이 되신 이유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존중’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노동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을 존중하기에 그들과 함께한다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힘이 난다”고 성찰했다.

참석자들은 각자가 정의하는 ‘존중’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성심당 70주년 콘텐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서은덕씨는 “내가 생각하는 존중이란 상대방이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해하고 무시하지 않는 것”이라며 “성심당에서 배운 귀한 가치는 뒷담화 대신 서로 칭찬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책 모임을 통해 철학적 깊이를 더해온 이들은 2024년 대전컨벤션센터 EoC 국제 포럼에 참가해 시야를 넓혔고, 직접 기업 현장을 탐방하며 인간 중심 경제의 실현 가능성도 확인했다. ‘EoC 3040’ 모임은 매달 독서와 삶의 나눔을 통해 탄탄한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5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EoC 35주년 기념 국제 행사’에도 참석해 전 세계 EoC 기업인들과 연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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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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