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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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음식 기록했더니… 정부가 움직였다

일본 식품 손실 문제 전문가 저널리스트 이데 루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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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환경운동가 이데 루미씨가 2025년 5월 일본 도쿄의 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명절 밤 11시 편의점 돌며 남은 음식물 개수 온라인 공개
“버릴수록 가맹점 손해지만 발주 줄일 수 없는 구조적 문제”
끈질기게 정부 통계 발표 요청… 식품 폐기물량 절반 줄어



일본은 입춘을 앞두고 세츠분(節分)이라는 명절을 지낸다. 우리나라의 김밥과 비슷하게 생긴 초밥인 ‘에호마키’를 먹으며 봄의 시작을 축하하는 날이다. 모두가 겨울의 끝을 기뻐하는 이날이 되면 오히려 더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일본의 환경운동가 이데 루미씨다. 식품 손실 문제(Food loss and waste)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이데씨는 2019년부터 매년 세츠분의 밤 11시부터 지역 내 편의점을 돌며 팔리지 않은 에호마키 개수를 기록해 온라인에 공개해왔다. 풍요로운 명절의 이면에 먹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들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본지는 지난해 기후위기 문제에서 ‘우리의 역할’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낭비미식회’ 취재차 일본을 찾아 이데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의 편의점 1곳에서 평균적으로 버려지고 있는 식품 폐기물량은 연간 약 468만 엔. 한화로 약 4300만 원 정도로, 점포 1곳에서만 일본 직장인 평균 연봉 수준의 식품이 먹지도 않은 채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에서 버려지는 것을 포함해 일본 사회 전반에서 먹지 않고 버려지는 식품량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2024년 기준 약 4조 엔(한화 약 37조 3824억 원)에 달해요. 폐기물을 처리·소각하는 비용 역시 최소 2조 엔(한화 18조 6912억 원)에 달합니다. 6조 엔을 그대로 버리는 셈이죠.”

이데씨는 “식품 낭비의 문제는 사회 구조 문제”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편의점 본부와 가맹점 점주 간 불평등 관계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편의점 운영 구조는 한국도 다르지 않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데씨는 “일본의 인구 1인당 편의점 수를 넘어 ‘편의점 공화국’이 된 한국의 상황은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2024년 기준 일본 편의점은 5만 5736곳, 한국은 5만 5194곳으로, 인구 대비 한국이 엄청난 수를 보인다.

“남은 음식물을 기록해 공개하기 시작했을 무렵 몇몇 점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가맹점은 버릴수록 손해를 떠안는 구조인데 본부는 발주가 많을수록 돈을 더 버는 구조죠. 가맹점이 손해를 덜 보기 위해 발주를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일부 점주는 자신의 점포를 ‘무료 쓰레기통 같다’고 표현했죠.”

남은 음식물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이데씨의 활동은 일본 사회에 변화를 불러왔다. 가장 큰 변화는 정부가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와 만날 때마다 식품 폐기물량에 대한 통계를 낼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부터 정부가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했어요. 식품 폐기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고 있다는 부분은 유엔환경계획 등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통계 공개는 일본의 음식물 쓰레기 감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2000년에 980만 톤에 달하던 식품 폐기물이 2022년에는 472만 톤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통계를 바탕으로 음식물 낭비 문제가 자원 낭비·기후위기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 덕분이다. 나아가 이데씨는 “우리의 선택이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식품폐기물 문제는 경제적 손실, 환경 부담, 그리고 사회적 기회의 상실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4조 엔을 낭비하면 그만큼 고용과 의료·교육·복지에 투자할 여력을 잃어버리게 되죠. ‘먹을 수 있는 것을 버리지 않는 선택’은 우리 사회 전체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겁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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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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