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병자의 날(2월 11일)은 병자들을 향한 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그들을 돕는 의료인과 봉사자의 사명을 되새기는 날이다. 특별히 오늘날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병자들이 있다. 바로 미등록 이주민, 생계형 건강보험료 장기 체납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의료 사각지대의 이웃들이다. 그들의 절박한 현실을 진단하고, 쪽방촌 한복판에서 의료·정서·복지·법률 지원을 아우르는 ‘사회적 처방’을 펼치는 요셉나눔재단 요셉의원의 활동을 통해, 병자에게 진정 필요한 ‘곁에 있음’의 의미를 새겨본다.
의료 사각지대의 절박한 현실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은 모든 인간이 경제·사회적 조건을 불문하고 어떤 차별도 없이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는 그 기본권에서조차 배제된 이들이 존재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민은 약 50만 명. 이들은 공적 의료 체계 밖에 놓여, 사고나 중증 질환이 생겨도 사실상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 긴급복지지원법 역시 한국 국적자와 등록 이주민만을 대상으로 한다.
건강보험 제도 안에서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202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어 급여가 제한된 생계형 장기 체납 세대는 6만6000세대 이상이다. 제도는 모든 국민을 포괄하고 있지만, 실상은 경제적 빈곤이 의료 복지로부터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보험은 주민등록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고정된 거주지를 갖지 못한 이들 역시 복지망 밖으로 밀려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4~2026)’은 의료급여 사각지대에 놓인 인구를 약 5만 명으로 추산한다. 가족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로 비급여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곳의 의료 공백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 10명 중 2명은 병원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며, 응답자의 약 40는 생계난으로 인해 한 달 의료비 지출이 전무하다고 답했다.
절박한 ‘이웃’에게 그들이 간구하는 ‘사랑’을
요셉의원은 1987년 개원 이래 서울 신림동과 영등포동, 동자동 등에서 무료 자선 의료를 이어오고 있다. 요셉의원의 이웃들은 단순히 병만을 앓고 있지 않다.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된 이들은 물론, 고립과 은둔 속에 지낸 정신질환자,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도 많다. 때로는 외부 방문자가 정신적 외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접근해 2차 피해를 주는 사례도 있었다. 무연고자들의 고독사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이들이 겪는 고통은 단순한 의료 문제를 넘어선다.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의 소외, 생활 기반의 붕괴, 심리적·정신적 고립까지 겹쳐진 복합적인 문제다. 그래서 단순한 치료를 넘어 통합적인 돌봄, 근본적인 회복을 위한 동반과 종합적 지원이 절실하다.
요셉의원은 이러한 필요에 응답하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중병·장애를 앓는 환자들을 위한 ‘방문 진료’ 사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2025년 7월 서울역 인근 동자동으로 병원을 이전한 후에는 별도 조직인 ‘요셉이웃사랑센터’ 조직을 꾸려, 방문 진료를 한층 더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센터 방문진료팀은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돈의동·동자동·후암동 쪽방촌, 서부역 텐트촌 등지를 찾아 환자들을 직접 만난다. 진료와 처방, 복약 지도, 필요시 병원으로의 전원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현장에서 수행한다.
사업의 핵심은 의료·정서·복지·법적 지원을 종합 제공하는 ‘사회적 처방’에 있다. 재단 사무총장 홍근표(바오로) 신부는 “그 누구도 생명의 소중함에 있어 차별적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교회 정신과 설립자 고(故) 선우경식(요셉) 병원장의 뜻에 따라 좀 더 전문화한 돌봄에 나설 계획”이라며 “정신건강전문요원, 심리상담과 알코올 중독 전문가, 트라우마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요셉이웃사랑센터는 의료 사각지대 환자들과의 현장성 있는 동반을 위해 2월 중 동자동 쪽방촌 내 건물로 입주해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봉사 문의 02-2637-7258 요셉의원 후원 담당자
※후원계좌 우리 1005-604-557810 요셉나눔재단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