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를 포함한 전국 교구 생태환경위와 수도회, 교회 단체들은 정부의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계획과 관련해 깊은 우려와 함께 반대 입장을 표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를 포함한 74개 교회 기관 및 수도회, 단체 등은 9일 성명을 내놓고 “기후위기 시대에 핵발전소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며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만이 대안이라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탈핵 시민 사회와 우리 사회의 시민들과 함께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생명 중심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하며 기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 등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 철회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중단 △재생에너지 확대 위한 법 제도 개선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기업이 참여 가능한 법 제도 개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미래 세대의 책임을 현 세대가 결자해지 등을 촉구했다.
교회 기관들이 정부의 원전 건설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의 졸속 여론조사 및 두 차례 세미나 등 형식적 여론 수렴 △지산지소(地産地消, 수요·공급 지역 일치) 원칙 위배 △수요 및 공급 시차 불일치 △인간의 존엄성에 가장 큰 위협 등이다. 이들은 “정부가 ‘전력수요증가’와 ‘탄소중립’ 등 핵발전소의 필요성을 전제로 응답자에게 찬성을 강요하는 문항은 일종의 ‘프레이밍 효과’로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강조하는 ‘참된 민주주의와 정보의 투명성’을 위배한 것”이라며 “정부는 신규 전력 공급 필요에 의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부지 선정 단계부터 14~15년이 지나야 상업운전을 할 수 있어 오히려 급변하는 전력 수요 대응은 재생에너지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발전소는 안전성이 100 보장되지 않고 사고 발생 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대응이 어렵다”며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당 핵발전소 밀집도는 압도적 세계 1위로 핵발전소 신규 건설은 비용과 기간, 사회적 수용성 때문에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세대는 처음으로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여러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한 최초의 세대”라며 “생명보다 돈과 안락함을 중요시해왔던 과거의 잘못된 구조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전문
전문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
정부는 2회의 국회 토론회와 3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명분으로 2026년 1월 26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핵발전소(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여론 조사는 “전력수요증가”와 “탄소중립” 등 핵발전소의 필요성을 전제로 찬성을 유도하거나, “안전한데 왜 반대하느냐?”며 응답자에게 찬성을 강요하는 문항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는 특정 가치를 미리 제시하고 찬성을 묻는 방식이라 조사의 객관성을 잃기 쉬우며,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강조하는 ‘참된 민주주의와 정보의 투명성’을 위배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위험성,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부지가 없는 현실, 막대한 건설 비용, 해당 부지 지역 주민과의 갈등, 고압송전선로 경과지 주민과의 갈등 상황을 알리며 질문하였다면 이번과는 다른 답이 나왔을 것이다.
정부는 AI데이터 센터와 용인의 반도체 산업단지에 대용량의 신규 전력 공급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 때문에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지 선정 단계부터 14∼15년이 지나야 상업운전을 할 수 있는 핵발전소보다 급변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적합하다. 상당수의 시민은 정말로 필요하다면 왜 용인과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왜 건설하려는가? 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각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과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미래 지향적이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핵산업계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잘못된 선택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핵발전소는 안전성이 100 보장되지 않으며, 사고 발생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그 대응이 어렵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의 차별, 현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불평등 문제 등 인간의 존엄성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시설이다. 우리는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와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의 희생으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을 묵인해 왔다. 이제는 에너지 사용이라는 명분으로 가해진 구조적 폭력을 멈추어야 한다.
전 세계가 핵발전소를 선택하고 있다는 정부와 핵산업계의 홍보와는 달리 전 세계 200여 국가 중에 핵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31개 국가뿐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412개의 핵발전소 중, 원전 보유 상위 8개국(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인도, 한국, 캐나다)이 395개의 핵발전소를 운영 중이거나 건설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원전의 약 95가 소수 국가에 집중된 기형적 구조임을 보여준다. 핵발전소 신규 건설은 비용, 기간, 사회적 수용성 때문에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당 핵발전소 밀집도는 압도적 세계 1위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월간 전력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미국에서 추가 건설될 발전 설비 용량의 약 99.2가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다. 세계는 핵발전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선택하고 있다. 경직성 에너지원인 핵발전소와 친환경 재생에너지는 상호보완적이지 않다.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 핵발전소다.
우리 세대는 처음으로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여러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한 최초의 세대이다. 동시에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중요한 시점마다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것을 요청하셨다. 생명보다 돈과 안락함을 중요시 여겨왔던 과거의 잘못된 구조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이를 보완할 여러 기술 개발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리의 요구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중단하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 제도를 개선하라.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법 제도를 개선하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미래 세대의 책임을 현세대가 결자해지하라.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