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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인구소멸, 공소가 사라진다①] 사라지는 공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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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 역사 뒤로하고 폐쇄된 강정공소


“혼자 남더라도 공소를 지켜야겠다고 마음먹고 해왔는데…. 다리가 이러니 할 수 없이 신부님께 폐쇄하자고 이야기했지요. 마음이… 너무 아파.”


광주대교구 청계본당 강정공소(전남 무안군 청계면 강정안길 4-20)의 마지막 공소회장 정문성(요셉·87) 씨는 공소가 폐쇄된 과정을 설명하다 말끝을 흐렸다. 폐쇄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공소. 5대와 12대, 그리고 마지막 14대 공소회장을 지낸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공소를 찾아 살피고, 가꾸며 신앙생활을 해 왔다. 정 씨는 지팡이에 의지해 공소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지금은 먼지만 내려앉은 채 침묵한 공간이지만,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강정공소는 활기로 가득한 공동체였다.


1953년, 나주 정씨 집성촌이었던 강정마을에 초대 공소회장 정이진(프란치스코) 씨를 비롯해 일가친척들이 세례를 받으면서 마을 서당 자리를 공소로 삼은 것이 공소의 시작이었다. 1957년에는 목조 건물의 공소가 세워졌고, 신자와 비신자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13대 공소회장 정일원(프란치스코·63) 씨는 “신자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온마을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며 그 시절 공소의 모습을 회상했다. 정 씨는 “당시 신자는 아니었지만, 이곳은 친구들과 술래잡기하며 뛰놀던 추억의 공간이었고 덕분에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소 설립기념일인 4월 25일에는 이웃 마을과 청계본당 신자들까지 초대해 잔치를 열었다. 공소의 잔치는 본당 잔치보다도 더 성대해 새벽까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곤 했다. 공소 신자들이 합심해 제주도 성지순례나 목포 유람선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고, 공소 건물 옆에는 숙박이 가능한 쉼터도 마련돼 해마다 여러 팀의 피정객들이 다녀갔다.


정문성 씨는 “숙박도 하고, 피정도 하고, 쉬었다 가는 열린 공소로 1년에도 3~4팀씩 피정을 하러 오곤 했다”면서 “바다가 내려다보여 경치도 좋고 공기도 맑아 다들 기뻐하곤 했다”고 공소 신자뿐 아니라 타지역 신자들도 함께하던 공소의 모습을 떠올렸다.


주일이면 30~40명의 신자가 공소를 가득 채웠지만, 2010년대 들며 신자들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타지에서 생활하던 정일원 씨가 2012년 귀향했을 무렵에는 주일미사 참례자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선종으로 또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며 한 사람, 한 사람씩 자리를 비웠다. 2023년 공소설립 70주년까지는 명맥을 이어왔지만, 결국 공소에는 4~5명의 연로한 신자만 남았고, 정문성 씨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더 이상 관리가 불가능해졌다.


공소 마지막 미사까지 제대 봉사를 맡았던 최순임(마리아·76) 씨는 먼지가 쌓인 제대를 매만지다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최 씨는 “공소가 문을 닫고 다른 곳에서 미사를 드리니, 마치 내 집 두고 남의 집 간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지금도 한 번씩 와서 청소라도 해야지 생각은 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공소들


사라지는 공소, 비단 강정공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교회 공소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1993년 1416곳이었던 공소는 2003년 989곳, 2013년 791곳, 2023년에는 708곳으로 줄었고, 2024년에는 702곳이었다. 30년 사이 절반으로 감소한 것이다.


2010년대에 들어 감소 폭이 다소 완만해진 듯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의 변화는 심상치 않다. 광주대교구는 2025년 10월 17일 공소 12곳을 폐쇄했다. 이는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줄어든 공소 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공소 폐쇄의 이유는 신자 급감이었다. 교구는 공문을 통해 “공소 중 교우가 없거나 급감하여 더 이상 공소에서 전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폐쇄한다”고 밝혔다. 도시 지역 공소들이 본당으로 승격된 것과 달리, 강정공소처럼 농어촌 공소들은 인구 유입이 거의 없고 고령 신자 중심의 구조가 지속되면서 공동체 유지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공소의 폐쇄는 지방 인구 소멸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KEIS)의 지방소멸위험지수, 즉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 0.5 이하인 소멸위험지역은 2000년에는 전국적으로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2010년 61곳, 2020년에는 103곳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130곳까지 증가했다. 강정공소가 위치한 무안군은 130곳의 소멸위험지역 중 한 곳이며, 청계면은 지난해 신생아가 한 명도 없었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는 더욱 극심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5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령별 농가인구를 보면 70세 이상이 전체 농가인구의 39.2로 가장 많다. 공소의 신자 감소는 지방 인구 소멸의 도미노 현상인 셈이다.


정일원 씨는 “강정마을 자체도 70~80대가 대부분이고, 인구도 급감해 마을에 빈집이 많다”면서 “결국은 공소가 폐쇄된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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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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