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꿀벌유치원은 40년 넘게 ‘돈보스코 예방교육’과 ‘생태영성교육’을 바탕으로 지역 아이들을 품어왔다. 살레시오회 창설자 돈보스코 신부가 19세기 창시한 예방교육은 강압이나 낙인 대신 따뜻한 동반과 인격적 존중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실천 철학이다.
꿀벌유치원은 구로구의 든든한 보육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종교를 초월해 비신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날 만큼 ‘인성 중심 교육’에 대한 지역 사회의 신뢰는 두터웠다. 그 신뢰의 깊이는 폐원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읽을 수 있다. 성명서에는 “저출생 위기 속에서 이미 검증된 우수 교육 기관을 폐원하는 것은 구로구의 정주 여건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적혀있다.
주목할 점은 폐원 시점이다. 재단 측이 통보한 2029년 2월은 현재 재원 중인 아이들이 모두 졸업한 뒤 문을 닫겠다는 의미다. 내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는 교육받을 수 있음에도, 학부모들은 왜 폐원 반대를 외치는 것일까. 본사에 제보한 학부모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고 그는 지역 사회에서 자라날 아이들이 좋은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시노달리타스 정신 확산에 힘쓰고 있는 지금, 학부모들이 문제 삼은 (운영 재단의) ‘불투명한 의사결정과 소통 부재’도 아쉽다. 돈보스코 성인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뿐만 아니라 소통의 과정 또한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유아교육 전공 수도자 감소는 이미 현실이 됐다. 그 여파는 교육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장 수녀 체제’라는 전통적 모델이 현실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꿀벌유치원의 폐원 논란은 단순히 한 유치원의 존폐 문제를 넘어, 가톨릭 교육의 미래를 묻는다. 신앙적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지역 사회와 함께 숨 쉬는 가톨릭 교육기관으로 남기 위해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 교회는 진지한 성찰과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