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 설은 유난히 더 추운 데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이 불안정해 이래저래 예년 같지 않은 분위기다. 또 설 연휴가 끝나면 바로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18일)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날로부터 40일간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회개와 보속을 통해 부활을 준비한다.
설날은 한자로 ‘신일(愼日)’이라 한다. 근신하여 행동을 자제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날이다. 음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날이기에 즐거움에 취하지 말고 주변 가난한 이웃을 먼저 살피고 사랑을 실천하라는 의미다.
어쩌면 설날은 교회가 지내는 사순 시기와 뜻이 통한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 시기를 참회와 보속, 기도와 단식, 자선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하느님과 또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은총의 날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설날과 사순 시기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29-31 참조)는 주님의 계명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날이라 하겠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삶의 본질은 하느님에게서 끊임없이 사랑의 힘을 얻고, 하느님 사랑으로 이웃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우선으로 봉사하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사랑은 근본적으로 하나다. 또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것이다. 사랑의 원천이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설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미사에 참여하고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나 사랑을 실천해주길 청한다. 모두가 즐겁고 화목한 설 명절을 보내고 재의 수요일로 시작하는 사순 시기를 은총의 날로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