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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WYD 상징물이 ‘청년 드문’ 강원 태백 찾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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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저녁, 원주교구 태백 황지성당은 모처럼 신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황지본당을 비롯해 태백지구 고한·사북·장성본당 사제들과 신자 200여 명이 성당을 가득 메우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경배했다.


1월 21일부터 원주교구 순례를 시작한 WYD 상징물은 2월 9일 성당에 도착해 12일까지 4일간 황지성당에 머물렀다. 27곳의 교구 순례지 대부분이 하루 또는 이틀 머물렀던 것에 비해 꽤 긴 일정. 어떤 이유에서일까?


언뜻 강원도 태백은 WYD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때 석탄 산업으로 인구 12만 명에 달했던 태백시는 현재 4만 명 이하로 줄어들어 지역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대부분 본당에 청년이나 어린이 신자는 보기 드물고 50~60대 신자가 미사 복사를 서는 등 청년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태백은 한때 광부와 그 가족들의 거친 삶을 신앙으로 품어 안으며 교구가 헌신적인 사목을 펼쳐온 역사가 깃든 곳이다. WYD 상징물이 이곳을 찾은 것은 단지 순례 자체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신앙을 다시 기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2027 WYD 원주 교구대회 조직위원회 또한 두 가지 이유로 순례 일정을 가장 길게 잡았다. WYD가 청년만의 축제가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시노달리타스 구현의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태백에서 청년기를 보낸 뒤 지금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들에게 고향 태백에서도 WYD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WYD 상징물 경배 행사는 설 명절을 앞두고 지구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상견례 성격도 담고 있었다. 황지본당 주임 겸 태백지구장 정의준(요셉) 신부 “나이와 상관없이 WYD의 성공을 기원하고자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배 행사의 전체 진행을 맡은 태백지구 총무 이진규(제랄드) 신부는 WYD 상징물이 품은 역사를 소개하며 “이곳에 오기까지 수많은 신자의 손길과 기도가 담긴 이 상징물 앞에서, 우리도 WYD의 성공을 위해 기도로 함께하자”고 당부했다.



미사에 앞서 신자들은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보며 바치고 싶은 나의 기도’, ‘WYD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말’, ‘WYD를 통해 우리 원주교구에 방문하는 청년들을 위한 말’ 등을 정성껏 적어 상징물 경배와 함께 봉헌했다.


이진규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우리 모두 한때는 젊음이 있었다”며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지금도 가슴속 어딘가 남아있을 뜨거운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인류를 향한 그리스도 사랑의 상징인 십자가 앞에서, 나의 기도가 하느님을 위한 기도인지, 나를 위한 기도인지 돌아보자”고 청했다.


미사 중 신자들은 5~6명씩 차례로 나와 WYD 십자가에 두 손을 짚고 고개를 숙인 채 경건하게 기도를 바쳤다. 미사 후에는 태백지구 사제들과 신자들이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곁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2027 서울 WYD의 성공적 개최를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황지본당 유병문(시메온·79) 씨는 “과거 석탄산업이 부흥할 때는 태백에도 청년과 아이들이 많았고 우리 본당은 태백 지역 복음화의 산실이었다”며 “지금은 비록 인구가 많이 줄었지만 WYD가 잘 개최되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마음은 청년들과 같다”고 말했다.


이종근(라파엘·사북본당) 씨는 “어린 시절 성당을 다니다 냉담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님 선종 소식을 접하고 다시 성당에 나오게 됐다”며 “WYD 상징물 앞에 서니 다시는 신앙에서 멀어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레 마음에 새겨졌다”고 말했다.


WYD 상징물 경배 예식에서 청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 빈자리는 오히려 깊은 울림을 남겼다. 2027 서울 WYD가 단지 청년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교회 모든 세대가 함께 마음을 모아 준비하는 신앙의 여정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순간이었다.


한때 청년이었고, 지금도 그 신심만큼은 청년 못지않은 신앙 선배들의 기도와 응원이 고스란히 십자가에 담겼다. 그 마음이 다음 순례지에서 만날 청년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미사 후에도 성당을 떠나지 못한 채, 십자가 앞에 고요히 서 있는 한 신자의 뒷모습에서 그 간절한 바람이 묵묵히 전해졌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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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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