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4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순 특집] 숫자로 만나는 사순(1) - 하느님 만나기 위한 정화의 시간 ‘40’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사순 시기를 지내며 가장 먼저 만나는 숫자는 역시 ‘40’일 것이다. ‘사순(四旬, Quadragesima)’이 바로 40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미사까지의 기간으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파스카 성삼일을 준비하는 참회와 보속, 기도의 시기다. 이 시기가 40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성경에서 40이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거치는 정화의 기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타락에 실망한 하느님께서 노아를 방주에 태우시고 땅의 생물들을 쓸어버릴 때 밤낮으로 비가 내린 기간이 40일이었으며,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을 거역한 것에 죗값을 치른 기간이 40년이었다. 이처럼 40은 정화의 시간을 나타낸다.


예언자들이 하느님을 향할 때도 40이라는 숫자를 채웠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던 때에 시나이산에서 40일간 단식했고, 엘리야도 밤낮으로 40일 동안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을 향했다.


성경에 등장하는 40 가운데서도, 사순 시기에 가장 새겨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에서 단식하신 40일이다. 이 시기에 예수님은 사탄에게 유혹을 받지만, 모두 물리치신다.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히브 4,15)이신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자를 물리치신 것은 예수님의 수난을 통한 승리를 예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해마다 40일간의 사순 시기를 통해 광야의 예수님 신비와 결합한다”고 가르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540항) 또한 사순 시기에 “세례의 기억이나 준비”와 “참회”라는 두 가지 성격을 강조한다.(「전례헌장」 109항)


사순 시기가 40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경이다. 신자들은 이 시기에 금육재와 단식재를 통해 참회와 고행을 실천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가 지내는 사순 시기는 엄밀히 따지면 44일이다. 5~6세기경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 제1주일 사이의 4일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예수님처럼 40일 동안 단식을 하고자 했던 신자들의 바람에서 비롯했다.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는 주일은 단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순 시기 중 6번의 주일만큼 더 단식하고자 했던 것이다. 추가된 4일에 파스카 성삼일 중 단식할 수 있는 성금요일과 성토요일을 더하면 주님 부활 대축일 전에 40일간 단식할 수 있었다.


40일간의 고행과 단식, 금육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순 시기가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누리려면 그분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한다”(로마 8,17)는 말씀처럼 예수님이 성부의 뜻에 따라 수난과 죽음을 겪고 부활하셨듯이, 우리 역시 우리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할 때 그분의 영광에도 참여할 수 있다. 사순 시기는 단순히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만을 슬퍼하는 시기가 아니라 수난과 죽음, 부활로 이어지는 파스카 신비를 묵상하는 시기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2-2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2. 24

2티모 1장 10절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