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전국위원회 중 하나인 복음선교위원회 총무에 대구가톨릭대학교 유혜숙(안나) 교수를 임명했다. 전국위원회 총무는 한국교회 차원의 주요 사목 과제를 다루는 핵심 실무 자리로, 그동안 사제가 담당해 왔다. 일부 소위원회에서 평신도나 수도자가 총무를 맡은 적은 있었지만, 전국위원회 총무에 평신도가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소공동체소위원회 총무를 9년 동안 역임한 경험이 있지만 전국위원회 차원의 첫 평신도 총무라는 점에서 남다른 무게와 두려움을 느낀다”는 유 교수는 “한국교회 복음선교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인사는 직책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교회 사명 수행에 있어 다양한 주체가 실제로 참여하고 책임을 나누는 시노달리타스 흐름 속에서, 그 구체적 실현이 구조적·실천적 차원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로 받아들여진다.
유 교수는 “시노드 과정에서도 평신도와 여성의 참여 확대는 단순한 기능적 보완이나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성령의 식별을 위한 공동 참여라는 차원에서 교회의 식별 능력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로 이해됐다”며 “이런 맥락에서 이번 임명은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하는 친교적 교회론의 흐름, 시노달리타스의 한 여정에 자리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복음선교 방안을 연구 모색하고 구현하는 복음선교위원회 업무와 관련 그는 “모든 활동의 과제나 방향은 위원장 주교님, 그리고 위원분들과 협의해 결정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특히 평신도가 일상 안에서 복음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 곧 선교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급속한 세속화, 개인화, 관계 단절, 의미 상실이라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복음선교는 단순한 신앙 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치와 존엄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유 교수는 “「사목헌장」에서 교회가 세상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함께 나눠야한다고 제시하듯, 복음선교 역시 세상과 연대하는 위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오늘의 선교 언어는 동반의 언어여야 하고, ‘삶의 증거’로 이뤄지는 ‘복음의 체현’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여성 평신도 신학자로서 주교회의와 여러 교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강조처럼, 교회는 성령 안에서 서로 경청하고 식별하는 여정 위에 있는 공동체”라며, “이런 경청과 공동 책임의 문화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뿌리내리는 데 작은 밀알이 되고 싶다”는 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