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2월 10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한 제1500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는 미사 횟수의 기록을 넘어선 신앙의 역사다. 1995년 3월 7일 첫 미사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매주 화요일 저녁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이어진 이 기도는 분단의 세월만큼이나 깊어진 상처 위에 교회가 놓아온 화해의 다리다.
서울대교구는 1995년 3월 1일 전국 교구 최초로 민족화해위원회를 설립하며, 통일을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신앙의 과제로 받아들였다. 가장 먼저 택한 길은 대규모 사업이 아니라 미사와 기도였다. 교회는 구조와 제도 이전에 마음의 회개와 변화가 선행돼야 함을 고백했다. 화해 미사는 민족 문제를 ‘국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양심과 삶의 자리로 정착시켰다.
민화위는 기도에 머물지 않았다. 민족화해학교를 통해 통일을 성찰의 주제로 교육했고, 북녘 동포와의 국수 나누기 운동으로 고통받는 형제자매와 삶을 나누기도 했다. 귀순자 돌봄과 인도적 지원 역시 분단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교회의 응답이었다. 이같은 노력은 통일을 관변의 언어에서 ‘내 삶의 실천 언어’로 바꿔놨다.
1500차 미사는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형제로 바라보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분단의 구조를 탓하기 전에 불신과 냉소를 내려놓고 있는가. 한반도 평화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매주 한 번의 미사처럼 꾸준한 회심과 인내 속에서 자란다.
이제 민족 화해 미사는 한국 교회 전체의 사명이 돼야 한다. ‘화요일은 화해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란 인식이 뿌리내릴 때 1500번의 기도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분단 80년을 넘어선 이때, 교회는 다시 묵주를 들고 제단 앞에 선다. 기도에서 시작된 길만이 참된 일치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