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단체 ‘어스 워치(Earth Watch)’는 ‘지구에서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될 5종’으로 꿀벌·플랑크톤·박쥐·영장류와 함께 곰팡이(균류)를 꼽았다.(신정민 「지구에서 절대로 사라지면 안 될 다섯 가지 생물」, 2019) 이는 균류가 생태계의 균형과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지구상의 육상 식물 뿌리 90 이상은 균류와 얽혀 공생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이를 ‘균근(菌根)’이라 한다. 캐나다 출신의 산림생태학자 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는 숲속 나무들이 지하 균근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자원을 이동시키고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Finding the Mother Tree: Discovering the Wisdom of the Forest, 2021)에서 숲에는 오래되고 큰 나무가 네트워크의 중심 허브 역할을 하며 주변 묘목들에게 탄소와 질소를 전달하고, 병충해에 대한 경고 신호를 공유하는 현상이 관찰된다고 소개한다. 특히 이러한 자원 이동이 유전적으로 가까운 묘목에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곧 ‘선택적 돌봄’이나 ‘협력’의 증거가 되는지는 학계에서 논쟁 중이다. 균근 네트워크를 통한 물질 이동과 신호 전달의 존재 자체는 널리 인정되지만, 그것이 의도적 돌봄인지 아니면 물리적 농도 차이와 근접성 효과에 따른 자연적 흐름인지는 합의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자들은 ‘돌봄’이라는 표현이 과도하게 의인화되었다고 지적한다. 결국 ‘숲은 서로 돌본다’는 문장은 과학적 사실 위에 덧붙여진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과학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통해 숲은 개별 나무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관계망으로, 나무의 생존은 토양, 균류, 주변 식물과 분리될 수 없는 구조적 상호 의존 속에서 유지된다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숲을 통해 교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숲이 나무들의 집합이 아니듯, 교회도 신자들의 단순한 모임이 아니다. 숲은 균근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교회는 사랑과 위로의 성령 안에서 연결된다. 숲에 중심 허브(어머니 나무)가 존재하듯, 교회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으로 살아 계신다. 성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신자들이 일치를 이루며 형제자매의 관계가 형성·유지된다.
숲이 서로를 ‘의도적으로’ 돌보는지와 상관없이, 우리는 그 안에서 관계의 질서를 본다. 그 질서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창조의 구조다. 교회 또한 그 창조 질서 안에 참여하는 공동체라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지배가 아니라 겸손일 것이다. 숲 앞에서 겸손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창조 안에 자리한 생태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 _ 박태현 요셉 다미아노(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지구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