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용기를 내어라] 청주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총괄 간사 박경동씨
1997 파리 세계청년대회 때 홈스테이를 제공해 준 가족들. 박경동씨 제공
2027 세계청년대회(WYD) 청주교구대회 조직위원회 박경동(마리노, 64) 총괄 간사는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를 시작으로 1997 파리·2000 로마·2002 토론토·2005 쾰른·2008 시드니·2011 마드리드· 2016 크라쿠프·2023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했다. 모두 아홉 차례에 이른다.
청주교구 청소년국에 30여 년간 몸 담았던 그는 “청소년국 생활의 절반이 세계청년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참가자이자 관리자로, 기획자이자 스태프로서 교구 청년들과 함께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했던 그는 2022년 청소년국에서 정년 퇴직했지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경험을 나눠달라는 교구의 요청에 기쁘게 응답하며 WYD 청주교구대회 조직위 총괄간사를 맡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세계청년대회도 아는 만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는 그를 청주교구 가톨릭청소년회관에서 만났다.
박 총괄 간사는 “2027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리고, 지금 그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때때로 실감 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참가 인원으로 보면 올림픽·월드컵보다 훨씬 더 큰 행사잖아요. 우리나라가 가톨릭 국가도 아니고요.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인파와 행사 규모에 놀라 한국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이런 날이 오네요.”
그는 처음 참가했던 마닐라 WYD를 떠올리며 “부끄럽지만 정말 뭘 모르고 갔었다”고 털어놨다.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모이는데, 교황도 온다.’ 이 정도 행사로만 인식했던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잖아요. 그때만 해도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간다니 다들 들떴죠. 세계청년대회를 젊은이들의 신앙 축제라고 하는데, 방점이 ‘신앙’이 아니라 ‘축제’에만 있었던 거예요. 밤샘 기도가 있었는데,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모르고 시내에서 청년들하고 술 마시고 있었다니까요.”
2011 마드리드 세계청년대회에서 교구 참가자들과 줄을 지어 걷고 있는 박경동 총괄 간사(맨 앞).

세계청년대회, 진정한 ‘신앙의 장’
세계청년대회를 축제로 즐기는 것도 의미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대회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세계청년대회가 진정한 ‘신앙의 장’이라는 건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대회에 참가할수록 언어와 문화, 역사와 환경이 전혀 다른 젊은이들이 모여 같은 신앙을 나누고 서로를 환대한다는 게 얼마나 큰 감동이고 기적 같은 일인지 선명하게 다가왔고, 다음 대회를 참가할 때마다 청년들을 어떻게 준비시킬지를 고민하게 됐다.
박 총괄 간사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다 하더라도 느끼는 게 다 다르다”면서 “세계청년대회가 어떤 대회인지 아는 만큼 얻는 것도, 느끼는 바도 커진다”고 말했다.
“조직위에 와서 세계청년대회 관련 자료를 계속 읽고 있는데, 그동안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이 대회의 진짜 모습을 알겠더라고요. 함께 걸어가는 신앙 여정이었어요. 세계청년대회는 종착점이 아니라 ‘하느님께 걸어가는 신앙 여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체험한 신앙을 자양분 삼아 돌아와선 주변 청년들, 이웃들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거죠.”
박 총괄 간사는 “교구대회를 준비하면서 신자들에게 세계청년대회가 어떤 대회인지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면서 “조직위가 먼저 나서서 ‘이게 필요하다, 저걸 준비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보다 이 대회의 의미를 교구민들이 다 알 때까지 시간을 충분히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청년대회를 체험했던 사제와 청년들이 큰 몫을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청년대회가 얼마나 특별한 대회인지를 아는 이들이 역시 스스로 움직이더라고요. 대회에 참가했던 한 신부님은 지금 본당 주임을 맡고 있는데, 연락이 왔어요. 홈스테이 가정을 이미 다 섭외해 놨다고요. 봉사자 중엔 40~50대도 있거든요. 20대 때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했던 친구들이에요.”
WYD 때 받았던 은총과 환대 돌려주고파
교구 조직위는 지나간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들을 초대해 모임을 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 시절 서로의 체험을 나누면서 몇몇은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세계청년대회 정신을 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우리가 받았던 환대와 은총을 어떻게 하면 잘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교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 운동에 더해 교구민들에게 3000만 단을 더 바쳐달라고 할 계획이다. 청주교구대회에 오는 300명의 세계 청년들에게 교구 신자들이 1만 단씩 봉헌한 기도를 묵주와 함께 선물하려 한다. 또 교구 청소년들이 20년째 봉사활동을 가는 필리핀 빠야타스 지역 청소년들을 초청해 WYD 참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박 총괄 간사는 “교구대회도 중요하지만, 세계청년대회의 핵심은 전체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본대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구대회 프로그램엔 열심히 참여하고 정작 본대회엔 소홀히 하는 참가자들을 보기도 했다.
“지금 내가 어떤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지 잘 몰라서 그런 거예요. 교구대회와 본대회 기간을 합치면 거의 열흘인데, 시간을 다 낼 수 없다면 본대회 참가가 우선돼야 하는 게 맞고요. 특히 직장에 다니는 우리 청년들은 휴가를 언제 내야 할지 고민하길래 ‘당연히 본대회가 열리는 서울에 가는 걸 먼저 고려하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WYD 폐막 이후가 더 중요
박 총괄 간사는 “세계청년대회가 대형 이벤트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폐막 이후가 더 중요하다”면서 “당장은 대회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조금 더 넓게 바라보며 세계청년대회 이후도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잘 치른 행사’로 기억되기보다는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과 준비하는 모두에게 신앙의 전환점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계청년대회 참가가 경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삶에서 드러날 때 의미가 더 빛날 테니까요.”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