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성 요셉 대축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양부이자 성모 마리아의 배필인 성 요셉을 기념하는 날이다. 성 요셉에 관해 성경이 전하는 기록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적은 기록 속에서 그는 과묵하고 이해심 깊은 남편, 순종과 침묵의 인물, 노동의 존엄성을 실천한 사람, 그리고 가족의 수호자이자 책임 있는 아버지의 상징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정해 부모를 함께 기념하지만, 다수의 서양 국가들은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 6월 셋째 주 일요일을 ‘아버지의 날’로 나눠 기념한다. 모두 20세기 초 미국에서 시작된 기념일이다. 어머니의 날은 안나 자비스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계기가 되었고, 아버지의 날은 소노라 스마트 도드가 홀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안한 것이다. 남북전쟁 참전 용사로서 여섯 자녀를 홀로 키운 아버지의 헌신에 감사하기 위한 이 기념일은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결국 어머니의 날과 함께 미국 사회의 중요한 가족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롭게도 당시 미국은 오늘날과 같은 초강대국은 아니었기에 이 두 기념일은 미국의 생활문화가 세계로 전파된 초기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그런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친근하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어머니의 사랑은 ‘감싸는 사랑’, 아버지의 사랑은 ‘떠받치는 사랑’으로 설명된다. 아버지의 역할이 문제 해결, 규칙 제시, 보호와 책임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동양 문화권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더욱 엄격하고 거리감 있게 그려진다.
「논어」에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등장한다.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제자 진항이 “아버지에게서 특별히 들은 가르침이 있느냐”고 묻자, 백어는 평생 동안 들은 말이 단 두 가지, ‘곧 시를 배우라’, ‘예를 배우라’는 말뿐이었다고 답한다. 이를 들은 진항은 군자는 자신의 아들을 엄격히 가르쳐야 한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에서 성 요셉을 직접적으로 기리거나 소재로 삼은 작품은 매우 드물다. 그중 비교적 분명하게 성 요셉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마르크-앙투안 샤르팡티에(Marc-Antoine Charpentier)의 ‘주님 탄생을 위한 노래(In nativitatem Domini Canticum) H.414’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예수 탄생 장면에서 목자와 천사, 그리고 성 요셉의 대화를 풀어낸다. 성 요셉 대축일에 미사 봉헌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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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 역시 어쩌면 인간이 상상해 온 엄격한 보호자의 형상을 반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자니 스키키’에 등장하는 불멸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는 매우 상징적이다. 이 노래는 완고한 아버지를 향해 딸이 목숨을 걸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아름답고 순수한 선율과는 정반대의 가사가 만들어내는 이 강렬한 대비는 음악의 마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youtu.be/Sf-tjXevlyQ?si=4CMPwRS8Gm3R9nTk
작곡가 류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