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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집념으로 완필한 ‘붓글씨 성경’

대전 노은동본당 82세 복진을(도미니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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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을(도미니코, 맨 왼쪽)씨와 김유정 신부(가운데)가 대전 노은동성당 로비 성경 필사본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

제자 도움으로 필사본 책 7권으로 엮어 본당 입구 전시

“매일 먹 갈고 화선지에 붓 내리며 주님 안에 머문 시간”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요양원 신세를 질 때마다 조바심이 나고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라는 말씀을 되뇌며 주님 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먹을 갈고 화선지에 붓을 내리는 시간은 그야말로 주님 안에 머문 시간이었습니다.”

복진을(도미니코, 82, 대전 노은동본당)씨는 펜으로도 필사하기 힘든 73권의 방대한 분량의 성경 구절을 매일 먹을 갈아 붓글씨로 완필하며 말씀 속 주님과 함께했다. 2012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하루 2시간, 2장씩을 꼬박 바쳐 장장 14년에 걸쳐 완성해냈다. 80대 고령에도 육체적 한계를 신앙심과 인내로 극복해 낸 결과물이다.

복씨가 붓글씨로 성경을 필사하게 된 것은 우연찮은 계기에서 비롯됐다. 젊은 시절 서예에 자신 있었지만, 교직에 종사하는 30년 동안 먹과 벼루를 꺼내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6년 정년퇴임 후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던 그는 자신의 은사로부터 한 요청을 받았다. 묘비 비문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붓을 다시 집어들었다. 복씨는 “깊이 숨어있던 벼루와 먹, 붓을 찾아 고생 끝에 화선지에 비문을 써서 가져다 드렸는데, 장 속에 넣으려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면서 “붓글씨 재능을 살려 하느님께 의미 있는 무언가를 봉헌하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눈에 익은 신약 성경부터 필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작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붓으로 말씀을 적어 내려간 14년은 신앙인으로서 은총을 받게 된 시간이었다. 복씨는 “하루하루 먹을 갈고 화선지를 펼쳐 필사하는 단순한 반복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과 같이 살아있는 느낌이 들고 하느님과 단둘이 만나는 기도의 시간이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때로는 힘에 부쳐 완성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모두 주님의 크신 은총임을 깨닫고 제 과업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신앙 선조들이 다 필사본으로 성경을 전파하고 했을 텐데, 이분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의 기나긴 필사 순례는 주변인들의 마음까지 감화시켰다. 자칫 창고에만 놓일 뻔한 필사본이 제자의 도움으로 제본까지 마치게 된 것이다. 제자의 지인이었던 25년 경력의 인쇄소 직원이 화선지 뒷면에 종이를 일일이 덧대는 ‘배접’ 방식을 제안했고, 마침내 수만 장의 화선지는 7권의 거대한 성경책으로 엮이게 됐다.

복씨는 필사본이 교회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현재 노은동성당(주임 김유정 신부) 출입문에는 그의 필사본이 전시돼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보다 저의 작은 노력이 본당이나 교구의 뜻대로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성경 필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매일매일 성경을 필사하는 시간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필사 도중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완필했다는 것은 결국 하느님께서 건강을 허락해주신 것 아니겠습니까. 주님 은총에 한없이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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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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