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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노화는 질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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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의사협회지 산하 내과학회지에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다. 핀란드 연구진이 41~76세 연구 참가자의 어깨를 촬영한 1204건의 MRI 영상을 분석하니 통증 등 증상이 있는 어깨의 98에서 회전근개 이상이 보였는데, 놀라운 건 무증상 어깨의 96에서도 비정상 소견이 보였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40세 이상인 사람의 어깨 MRI를 찍으면 거의 전부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는데, 대부분은 노화에 따른 변화이므로 통증이나 기능 문제가 있지 않다면 영상에 이상 소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린다. 또 이런 경우 이상이 아니라 변화-변성 등의 가치 중립적인 용어를 쓰고 환자에게 잘 설명함으로써 불필요한 추가 검사나 치료(혹은 치료 요구)를 최소화할 것도 제안하였다.

노화로 인한 신체적 불편을 질병으로 보는 것은 의료화(醫療化)의 대표적인 예다. 의료화란 의학적인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현상이 의학적인 문제가 되는 것을 뜻한다. 

노인은 물론이고 의료인들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몸에 변화가 생기면 노인들은 병원에 가고, 의사는 노인이 호소하는 증상에 대해 각종 검사를 실시한다.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불편을 완화시키는 약을 다수 처방한다. 노화를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기에 이대로라면 개인 및 국가의 의료비 부담이 폭발할 뿐 아니라 의료행위의 부작용도 증가해 노인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하지만 노화에 따른 육체적 기능의 저하는 자연 현상이고 의료로 되돌릴 수도 없다. 

2021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 사제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노화는 질병이 아니며 십자가를 지고 수난을 당하는 예수님을 닮을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22년 6월 1일 일반 알현 강론에서는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원천으로 노인을 소외시키는 문명과 정치를 지목하며 개혁을 촉구한다.

“우리 모두는 질병이나 늙어감을 감추고자 하는 유혹을 받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존엄을 실추시키는 조짐이 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이러한 감정이 과연 인간적인가? 선진화되고 효율적인 현대 문명이 왜 질병과 늙음을 그토록 불편하게 여기고 숨기는 것일까? 왜 노인과 병자와의 다정한 공존에는 무감각한 것일까?

늙음을 숨기지 말고, 늙음의 약함을 숨기지 마십시오. 이는 우리 모두를 위한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은 우리 문명의 개혁을 위한 결정적인 지평을 열어줍니다. 모두가 더불어 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개혁입니다. 여러분도 늙는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노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여러분이 노후에 대접받고 싶은 것처럼 오늘 노인들을 대접하십시오.”

하지만 교황님이 아무리 노화가 질병이 아니라고 외치셔도, 신체적으로 힘들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겐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인의학 인정의인 본인도 무릎이 아프시다는 88세 모친께 “세상 어떤 기계가 80년 넘게 쓰고 멀쩡할 수가 있겠어요? 달래가며 쓰시는 거죠”라고 말해 노여움만 산 경험이 있다.

결국 노화를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고 무익한 의료서비스 남용을 막으려면, 노인보다 의료인의 각성이 우선이고, 노인들과 공존하려는 공동체의 노력이 최우선이다. 우리의 노년이 두려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교황님 말씀처럼 지금 우리 주변의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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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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