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레오 14세 교황이 교령을 통해 선포한 성 프란치스코 특별 희년이다. ‘가난한 작은 사람’으로 불렸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핵심 영성은 봉사와 자기 희생적 사랑이다. 동식물과 생태환경의 수호자이기도 한 성인은, 동네 고양이들을 돌보는 내게 더욱 각별한 분이시다.
오래전 뜻밖의 계기로 길고양이와 연을 맺게 되었다. 동네 ‘캣맘’이 이사 가면서, 고등학생인 딸에게 고양이 급식소를 맡겼다. 밥 줄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다 ‘길냥이’를 예뻐하는 우리 딸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딸과 함께 급식소에 가보니, 허름한 창고 밑바닥에 어미 고양이와 젖먹이 새끼들이 있었다. 작은 어미 품에 꼬물대는 어린것들을 보니 심란했다. 사방에 차가 달리는 도심에서 어찌 살아가려나 싶었다. 자의 반 타의 반 캣맘이 된 것은 그날부터였다. 딸에게 그 일을 맡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지만, 그때만 해도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러운’ 것은 ‘풀꽃’(나태주)만이 아니었다. 겨우 두세 살 아이의 지능으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의연히 살아가는 작은 생명체들은 알수록 사랑스럽고 안쓰러웠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먹을 것만 주면 되는 게 아니었다. 개체 수가 늘지 않도록 TNR(중성화 후 방사)도 해주고, 어미 없는 새끼 고양이들은 구조하여 입양 보내야 했다. 아픈 애들은 치료해주거나 최소한 약이라도 지어 먹여야 했다. 그 밖에도 다양하게 신경 쓸 일이 많았는데, 가장 힘든 건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쳐야 하는 거였다. 대화가 되면 원만한 타협점도 찾을 수 있는데, 무조건 혐오하면 방법이 없었다. 그럴 때 하느님의 피조물을 형제자매로 여겼던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와 영성은 내게 힘을 주었다. 추운 겨울 벌들에게 꿀과 포도주를 나눠주고, 길 위의 벌레가 밟힐까 봐 옮겨주고, 새들에게도 하느님 말씀을 전했던, 차별 없는 사랑의 길을 믿었다.
동네 고양이들 친구가 된 지 어느덧 십오 년이 넘었지만, 급식소 가는 일이 귀찮은 적은 없다. 세상에 태어나 수많은 은혜를 입고 지구에 폐를 끼치며 사는데, 일상의 작은 사랑과 나눔으로 조금이나마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늘 감사 찬미 드린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0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피조물의 전체적 균형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들과 피조물의 친구로서 그는 모든 짐승, 식물, 자연, 그리고 해와 달을 하느님을 찬미하고 경배하는 것에로 초대했습니다.”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도 주일 미사에서 자신의 강아지를 잃은 소년을 위로하며 “어느 날 우리는 그리스도의 영원성 안에서 우리의 동물들도 다시 볼 것이다. 천국은 하느님께서 지으신 모든 피조물들에게 열려 있다”고 하셨다.
요즘 같은 총체적인 환경 위기 시대에 지구를 살릴 방법은 생태 복원뿐이다. 하느님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을 형제자매로 여겼던 성 프란치스코의 길을 진실로 깊이 묵상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