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뉴시스
“자유시간이 있다면,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요.”
가족을 돌보는 13세 미만 청소년 절반 이상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또래와의 놀이’를 꼽았다. 놀기에도 부족한 나이에 돌봄을 떠안은 이들의 현실이 드러난 대목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4일 발표한 ‘가족돌봄 청소년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13세 미만 가족돌봄 청소년 133명 가운데 54.1가 자유시간 활용 방식으로 “친구와 놀고 싶다”고 답했다.
연구는 지난해 6~7월, 9~24세 가족돌봄 청소년 57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8는 초등학생 이하 시기부터 돌봄을 시작했다. 단순한 도움 수준을 넘어 62는 직접 돌봄을, 35.2는 돌봄과 함께 생계 부담까지 떠안고 있었다.
돌봄 부담은 일상 전반을 흔들고 있었다. 응답자의 30 이상이 돌봄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 지각·조퇴·결석을 경험했다.
문제는 미래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19~24세 일반 청소년의 81.9가 “희망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반면, 가족돌봄 청소년은 64.3에 그쳤다. 나이가 들수록 진로에 대한 자신감이 더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지속적인 돌봄 부담이 미래 설계 능력을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돌봄 자체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족 생활비 마련(49.4), 돌봄 방법에 대한 정보 부족(49.0)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이어 학교·직장 생활 유지(32.4), 진로·취업 준비(31.2), 미래 계획(31.7) 순이었다.
이에 정서적 부담도 적지 않다. 3명 중 1명은 정신건강 관리와 또래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가족돌봄 청소년의 상당수는 저소득 가구에 속해 있었다. 월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가 52.4로, 500만 원 이상 가구(22.6)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돌봄을 대신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담이 청소년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연구진은 “가족돌봄 청소년을 조기에 발굴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통합 체계가 필요하다”며 “학습권 보장과 또래 관계, 여가 활동이 함께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인이 된 이후에는 진로·취업 연계를 중심으로 한 ‘생애주기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가족돌봄을 수행하는 청소년을 ‘기특함’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성장 기회가 제한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