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 60년의 대부분을 도시빈민들과 함께한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안광훈 신부가 21일 하느님 품에 안겼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 특별 공로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안 신부는 삼양주민연대 이사장을 맡으며 마을 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사제관이 아닌 동네 전셋집에 살면서 말이다. 그가 살던 전셋집은 여섯 번 철거당한 후 일곱 번째였다. 달동네에 살 때 재개발 용역이 빈집에 불을 지르면 주민들이 양동이로 물을 날라 안 신부의 집을 지켰다. 안 신부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교회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성경은 가진 것마저 다 버리고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한다.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 시대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안 신부가 말한 ‘함께’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개인의 구원이 아닌 공동의 구원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오가는 진정한 연대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당장 가난 속으로 들어갈 순 없어도 기도하고 연대할 수는 있다.
최근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제4기 상임대표에 선출된 조재선(베드로)씨는 처음 참여한 미사에서 서로에게 평화를 빌어주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했다. 너무 익숙해 고개만 까딱이던 모습이 반성되기까지 했다. 전례 한가운데에서 누군가에게 평화를 빌어주는 귀한 순간이다. 반대로 나에게도 그 평화가 돌아온다. 주저앉고 싶을 때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이제 성주간을 보내고 부활을 맞이한다. 그러나 윤종식 신부가 지적했듯 부활 성야는 구원 사건과 직접 연결된 가장 거룩한 밤이면서도, 누군가에겐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밤이기도 하다. “그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고, 아파하며 살았다”는 안 신부의 말을 되뇌며, ‘이 밤’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을 위해 두 손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