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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종교의 정치 참여,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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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정치 참여가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특정 개신교 지도자들의 극단적 정치 동원과 일부 유사종교 집단의 불법적 정치 개입은 끊임없는 논란을 만들며, 종교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교세 확장, 재정적 이익, 특정 정치 세력의 승리를 위해 종교가 권력과 결탁해 여론을 왜곡하고 사실을 호도하는 모습은 불편함을 넘어 분노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종교의 정치 참여 자체가 문제일까?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면, 종교는 권력에 맞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켜온 중요한 주체였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은 교회가 세상 안에서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임을 선언한다. 이는 교회가 사회 현실과 무관한 중립지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위해 발언하고 행동해야 함을 뜻한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정치 참여’ 자체가 아니라 ‘어떤 정치 참여인가’에 있다. 사회 현실에 대한 발언과 참여는 「기쁨과 희망」이 선언하듯, 교회의 본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회는 정치 공동체와 구별되면서도 사회 안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이 역할을 교회가 정치 공동체를 존중하면서도, 권력에 예속되지 않고 인간의 기본 권리나 영혼의 구원과 관련되는 사안에 대하여 도덕적 판단을 제시하는 것으로 밝힌다.

이처럼 종교의 정치 참여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비추는 양심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독재 정권에 맞선 그리스도인의 목소리가 빛났던 이유는 그것이 권력으로부터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용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탄받아야 할 정치 참여는 권력과 돈을 매개로 특정 정치세력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방식의 결탁일 것이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편이 아닌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교회는 이미 스스로의 정체성을 저버린 게 아닐까?

한편 민주주의 사회에서 종교 역시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가치에 따라 의견을 표현하고, 입법이나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신앙의 자유이자 민주주의의 일부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창조된 사물과 사회 자체는 고유한 법칙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기쁨과 희망」 36)고 강조한다.

정치와 법의 영역은 그 나름의 자율성을 지니며, 특정 종교의 교리가 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질서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국가는 특정 신앙 위에 세워지는 공동체가 아니라, 다양한 신념을 가진 시민들의 합의 위에 세워지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신념과 가치관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교리를 법의 기준으로 강제하려는 시도는 부당한 강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나아가 종교적 확신을 절대화하며 사회 전체에 적용하려는 태도는 종교 근본주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처럼 종교의 사회 참여,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여러 맥락과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까다롭고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권력이 아닌 양심으로, 지배가 아닌 연대로 세상에 참여하는 것은 여전히 종교가 깊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믿는다. 오늘날의 현실은 우리 교회에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참여는 지금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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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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