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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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그냥 주세요”라고 말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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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전남 나주에서 전화가 왔다. “작가님, 제 남편 전시회 오프닝 때 혹시 북 토크 가능하실까요?” 내가 쓴 동화책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한 화가의 부인이었다. “가고 싶긴 한데, 제가 팔이 부러져서?.”

장거리 일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머뭇대며 물었다. “참가자들은 어떤 분일까요? 어린이들은 아니죠?” “장애인들하고 가족들, 장애인 단체에서 주로 오실 거예요.”

나는 가겠다고 바로 대답했다. 오른팔에 잠깐 깁스를 했다고 몸을 사리는 게 사치로 여겨졌다.

그 화가 이야기를 동화로 쓰게 된 건 한 프랑스 교민 예술가 덕분이다. 몇 년 전 그녀가 화가를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 대본 집필을 내게 의뢰했다. 오페라 장르 전문가가 써야 한다고 거듭 사양했으나, 어린이 관객도 볼 수 있어야 하므로 동화작가인 내가 써야만 한다고 했다. 그녀는 신앙심 깊은 천주교 신자로, 루르드 성모 성당을 비롯한 여러 성지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고 초를 봉헌해준 자매다. 믿음 안에서 하는 일이기에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오페라는 중간에 무산되고 동화책이 탄생하게 됐다. 그렇게 열매 맺을 일이었던 모양이다.

주인공 화가의 삶은 특이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때 얻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다가, 발달장애인들과 생활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십 년 넘게 발달장애인 그림만 그려온 그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다. 하지만 그의 그림의 가치와 예술성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UN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초대전을 여는 데 머물지 않고, 화가 부부는 발달장애 예술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려 애써왔다.

내가 참석한 북토크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패럴림픽’ 공식 문화 프로그램인 ‘아트패러(ArtPara)’ 참가 화가들의 출정식을 겸한 자리였다. 전 세계 30개국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전시회에 우리나라 화가 10명도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경사스러운 일을 앞둔 터라 행사 분위기는 따뜻했다. 성악가는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했고, 나는 책 일부를 구연동화처럼 읽어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얼굴에 시종 미소가 서려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사인회를 했다. 한 발달장애 화가 어머니에게 책을 드리려다 보니, 표지가 끈에 눌려 흠이 조금 있었다. “다른 책으로 드릴게요.”

내가 새 책을 고르려 하자, 그녀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냥 주세요. 안 그럼 다른 사람이 그 책 가져가야 하잖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 어머니의 자녀로 태어난 아이는 복되다는 생각, 주님이 믿고 맡기셨구나 싶은 감동이 밀려왔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기도했다. 그 어머니와 자녀를 축복해주시기를. 그리고 간절히 청했다. 더 힘겨운 몫을 감당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보살핌이 함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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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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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6. 3. 25

시편 86장 5절
주님은 어지시고 기꺼이 용서하시는 분, 주님을 부르는 모든 이에게 자애가 크시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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