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시복을 향한 여정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황청 시성부의 기적 심사 첫 단계 통과 소식은 오랜 세월 기도로 준비해온 한국 교회에는 큰 희망이다. 아울러 실제 모습을 담은 새 초상화 봉헌까지 더해지며, 우리는 지금 그를 더 깊이 기억하고 따르라는 부르심 앞에 섰다.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의 사목 여정은 자신의 온 삶을 내어준 순교 자체였다. 병오박해 이후 그는 전국의 산과 들을 넘나들며 교우들을 찾아갔다. 병자들이 있는 곳이면 험한 길도 마다치 않았고, 임종 직전 신자들을 위해 밤길을 걸어 도착하며 영혼 구원을 위해 끝까지 책임지는 목자였다.
자신은 위험과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가난한 교우들의 처지를 계속 염려하며 도왔고, 늘 “하느님은 우리의 위로요, 희망”이라며 그들이 낙담하지 않고 신앙을 지키도록 다독였다. 이는 단순한 사목 여정이 아니라, 자신을 완전히 내어준 사랑의 걸음이다. 쓰러질 때까지도 그 마음은 양 떼를 향해 있었다.
우리는 과연 그를 닮아 있는가. 한 사람을 위해 죽음까지 감수하고 자신을 내어주며, 하느님 위로를 전하는가. 최양업 신부의 삶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렇기에 실제 모습을 복원해낸 새 초상화는 우리에게 ‘살아 있는 증언’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뜻한 눈빛과 축복의 손길 속에 그가 어떤 사제였는지, 어떤 사랑으로 교우들을 품었는지 만나게 된다.
시복은 한 인물의 영광을 위한 절차가 아니다. 그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은총을 교회 전체가 확인하고, 믿는 삶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신비로운 절차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간절한 기도다. 그의 전구를 청하며 각자 작은 ‘땀의 순교’를 살아가야 한다. 170여 년 전 한 사제의 빛나는 삶이 우리와 다시 깊이 연결돼야 한다.